난, 누굴 원망하지 않지. 꽉 닫힌 뚜껑이 열렸지. 첫 경험이었어. 너의 갈증을 위해 찢어지는 아픔은 참았지. 톡 쏘는 나의 언어에 탁한 너의 목이 확 트이더라. 손으로 매만지면서 힘껏 들이키더니 두말없이 팽개치더군. 누군가는 나를 찌그러뜨리며 가녀린 몸피에 쓰인 이력을 읽더군. 너 또한, 누군가 너의 입사의 지문을 읽을 거야 힘듦과 아픔에 덧실린 희망 같은 절망, 환한 어둠의 경력 말이야. 손, 발길에 차여 버려진 내 모습처럼 너 또한 알 수 없는 검은 손에 잘렸지 버려졌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우린, 함께 잘리고 뒹굴면서도 당당했지. 회사 정문 담벼락 틈새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지는 꽃잎이 널 기다리다 잊혀가듯이 떨구어진 꽃잎처럼 나 또한 밟히며 잊혀가겠지. 우린 그렇게 찌그러지고 잘리며 잊혀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