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할머니의 봄날/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7. 1. 15:19

워따메 뭔놈의 꽃이 저렇게도 피었당가. 징상스럽게도 피었네잉. 봄이 오기는 왔는갑는디 꽃구경 한번 갈라고 해도 그놈의 일이 오살나게 많아서 못 간당께. 환장하고 미쳐불것어. 육남매 키워서 여워 놓고 좀 편할라고항께, 영감은 죽어뿔고, 이 큰집에서 혼자 있을랑께 객지 나간 자식 손주 생각 땜시 무담시 눈물만 나고. 암도 없는 방에서 혼자 밥먹을랑께 목구멍에 넘어가는둥 마는둥하고, 육시랄 놈의 쥐새끼만 염병하게 찍찍거리네. 아이구 나도 빨리 디져야한디 아직은 좀 머시기 하고, 그럭저럭 살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캭 죽어뿌렀으면 좋것는디, 그것도 맘대로 안되것지라우. 오지도 않는 새끼들 혹시나 해서 저 모퉁아리 보고 있는디, 쩌 먼 바다는 머한디 삘간물을 찌크러놓고 있다냐. 지랄하고 자빠졌네. 아이구야 이놈의 내팔자야 그라믄 그렇지. 으째야 쓸까잉. 꼭 나를 본 것 같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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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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