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풍경風磬 2/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7. 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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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간에 입적한 물고기가

고요 한 잎 물고 허공에 매달렸다

바람이 분다. 고요가 깨어나며

정적의 바다에 파문을 일으킨다.

바람은 고요를 깨울 생각이 없고

고요 또한 바람을 맞이할 생각이 없다

대지와 초목의 숨소리에

뎅그렁거린 한 울림의 풍경소리

들리는 것은 소리일 뿐 마음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해 더 잘 알 수 있는 무념무상의 소리

졸음 겨운 사미승이 두 눈을 부릅뜨고

조용했던 사바의 세계도 참선한다.

깨어난 적막의 귓전에 불경 소리 스며든다.

혼자 우는 아픔은

상처의 깊이를 느끼지 못한다.

비워서 넘치는 소리가

울림이 되어 세상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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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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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미황사 風磬' 사진/홍영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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