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시

내가 없다/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7. 2. 14:00

그 어떤 형상에도 집착하지 않으니

생각이 생각 속으로 숨어들고

풍경이 풍경 속으로 사라진다.

아집이 떠난 자리에 환한 빛이 번뜩이고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

티끌의 욕심마저 날려 버리니

텅 비었다, 하늘이

티 없이 맑다, 마음이

언어마저도 언어 밖으로 내 던지면서

가름을 가르고 치우침을 치우니

중심이 사라지고 주변도 자취를 감춘다.

몸과 마음에 걸친 헛껍데기의 상()

눈에 비치는 현상들은

자신의 마음이 빚는 것이다.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으니 스스로 깨어나고

먹구름 사이로 비추는 한 줄기 빛처럼

구속되고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햇빛이 된다.

욕망이 욕망하는 것을 멈추고 분별지를 제거하니

눈앞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며

꽹한 시냇물처럼 맑고 맑다, 깨어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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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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