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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툇마루 끝에
쓸어 담다 닳고 닳아 시린 아픔 하나 있다.
녹슨 못에 걸려 있는 때 묻은 손잡이엔
부엌 문지방 넘나들던 엄마의
지문 자국이 흐릿하다.
비바람 알갱이로 슬어 놓은 먼지와
자신의 온몸 닳아가며 남긴 티끌은
절반을 먼저 보내고 남은
반 토막의 경전.
뒷바라지를 치마로 두르고
엄마를 저고리로 껴입은 채
허리 한 번 펴지 못하다
지팡이 손잡이처럼
절반으로 굽어 버린 기역자의 법열 등.
서로 다독이며
좀먹은 마루판 사이를
헐벗고 닳아가면서 비질하고 있다.
누군가 밟고 디뎌야 할
마룻바닥의 티를
티 나지 않게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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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있는 '몽땅빗자루' /홍영수. 201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