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몽땅 빗자루/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0.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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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툇마루 끝에

쓸어 담다 닳고 닳아 시린 아픔 하나 있다.

녹슨 못에 걸려 있는 때 묻은 손잡이엔

부엌 문지방 넘나들던 엄마의

지문 자국이 흐릿하다.

 

비바람 알갱이로 슬어 놓은 먼지와

자신의 온몸 닳아가며 남긴 티끌은

절반을 먼저 보내고 남은

반 토막의 경전.

 

뒷바라지를 치마로 두르고

엄마를 저고리로 껴입은 채

허리 한 번 펴지 못하다

지팡이 손잡이처럼

절반으로 굽어 버린 기역자의 법열 등.

 

서로 다독이며

좀먹은 마루판 사이를

헐벗고 닳아가면서 비질하고 있다.

누군가 밟고 디뎌야 할

마룻바닥의 티를

 

티 나지 않게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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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있는 '몽땅빗자루' /홍영수.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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