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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령산맥이 곱게 빚은 숲길을 걷는다.
숲의 깊은 숨소리를 듣는다
달짝지근한 숲 향이 코끝을 스친다.
탐욕의 찌든 때를 화장골 개울물에 씻어내며
‘숲’에서 ㅅ과 ㅍ의 이파리와
‘길’에서 ㄱ과 ㄹ의 길을 떼어낸다.
‘ㅜ’와 ‘ㅣ’의 모음마저 흩날려 보낸다.
순간, 숲과 길이 사라지고
아홉 굽이를 넘나드는 명지바람은
기암괴석을 휘어잡고 일필휘지로 산자락을 가른다.
다디단 전나무 숲 내음이 귓불에 매달리고
음표를 주렁주렁 매단 산새 소리가 눈에 들려온다.
마음을 잃고 몸을 놓는다.
흔적 없이 허공을 나는 새처럼
숲은 나를 잊고 내가 숲이 되어
발자국 없는 발로 내가 걸어간다.
풍경이 명수明水에 떴다 잠기며 또 다른 풍경이 되듯
녹슬고 구새 먹은 내 영혼은
심원동 계곡물에 씻기며 새로운 내가 된다.
삶의 거친 바람이 도려낸 상처의 깊은 곳을
더듬어 찾는 내 모습, 이곳에서
참나로 거듭난다.
*충남 보령시 성주면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