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부르튼 피부의 대들보를 안고 누웠다가아흔 굽잇길을 돌아 검은 그림자가 되었다는 것을,누구의 관심과 눈길 없이이승의 삶을 해체하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오두막 같은 한 여인이 그녀였다는 것을, 늘그막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이목구비를 지우고헐거운 짐이 무거운 짐이 될까, 걱정하다가 생의 앞편으로 이어갈 끈을 놓아버렸다는 것을,베갯잇 적시는 몇 방울의 고독을 삼키면서사립문 여는 소리는 차마 닫지 못하고검은 천사에 둘러싸인 주검이 그녀였다는 것을,이젠, 휑한 방 안의 공기마저 납작 엎드린 곳에그동안 방치된 자투리의 삶이 압류된 채다문 입에 못다 한 말들이 시체처럼 붙어있는초점 잃은 눈동자의 여체가 그녀였다는 것을,그녀가 켜 놓은 촛불에는 빛이 있었으나꺼진 뒤의 촛농 속에는 그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