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천년, 독도의 족보는 동해의 문맥으로 흐르고 백두대간의 필체로 한반도의 서사를 쓰면서 동·서도가 쓴 상처의 문장을 파도를 헤치며 읽는다. 심해에 발돋움하고서 나울나울하는 물결에 백의의 문신을 새기며 돌올한 바위너설의 볏을 곧추세우고 시답잖은 어투와 어쭙잖은 왜풍이 불어올 때는 신라적 온기를 실은 동풍으로 시큰거린 뼈마디의 삭신을 어루만진다. 사라진 강치를 기억한 큰가제바위엔 별들이 자분자분 내려와 고개를 숙이고 된비알의 슴새는 부리를 주억거리며 추모한다. 해조음을 목에 두른 외로운 독도는 새우 발 마사지로 지친 피로를 풀면서 돋을새김의 도도록한 몸피로 두 눈 치켜뜨고서 왜(倭) 새들을 쫓고 있다. 거친 파도에 얹힌 파란 숨소리와 동해의 수평선을 팽팽히 당기다 핥긴 상처를 안고서 무지몽매한 이웃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