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의 시학, 깊은 사유로 되새김하다. (홍영수(시인 문학평론가) 어느 해, 땅끝 해남의 들녘을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비를 머금은 짙은 먹구름이 몰려왔다.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유심히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 먹구름 틈새로 환한 한 줄기 은빛이 새어 나왔다. ‘한 줄기 은빛’과 같은 시적 근원을 체험하기 위해 시인의 눈엔 눈꺼풀이 없어야 한다. 시어를 찾고 발견하기 위해 세심한 관찰력과 열린 오감으로 사물과 대화하고 스며들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