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땡볕 아래서도 논틀밭틀을 오가며 묵정밭을 일구며 씨앗을 뿌리는 아내, 손으로 흩뿌리는 것은 가족을 위한 행복의 씨앗들이다. 그리고 발아한 농작물에 맺힌 알곡에서는 먼 객지에 나간 자식들의 안녕과 건강을 조심스럽게 따낸다. 그 순간 머금은 미소에는 행복의 미소가 슬며시 입가에 맺힌다. 긴 긴 가뭄에도 희망의 빗물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논밭에 물을 주고, 어둑새벽 빗소리가 기다림에 지친 귀속의 달팽이관을 울릴 때면 장화를 신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곧바로 논밭으로 달려갔다. 이러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고 지켜 온 오랜 세월, 사랑과 존경으로 그리고 부족하지만, 옆지기로서 늘 함께 행복의 밭고랑과 논두렁을 일궜다. 아내는 농촌에서 시든 농작물의 잎사귀와 누렇게 색바랜 이삭 같은 힘든 길을 걸어오기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