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규정할 수 없는 음악, 문학, 그림 등이 좋을 때가 있다. 어디서 본 듯, 들은 듯, 읽은 듯한데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두물머리 근처의 수종사 아래에서 만난 강변의 몽환적인 濃霧(농무) 속, 눈에 드는 건 꿈속 같은 풍경과 몸으로 느끼는 건 미립자의 촉촉한 느낌, 이렇게 규정할 수 없는 비규정적인 무엇에서 그 너머의 무엇으로 나에게 다가올 때가 있다. 필자의 고향 산간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70년대 초이다. 그 이전엔 나무 등잔에 석유를 담아 불을 켜는 호롱을 매달아 어둠을 밝혔다. 낮에는 힘든 농사일을 하시고 밤이면 호롱불 아래서 침을 묻힌 실을 바늘귀에 꿰어 헐고 찢긴 옷들을 밤늦도록 꿰매셨다. 그때 어머니는 호롱불 아래서 노랫말이 없는 비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