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중앙공원, 그 공원의 그늘막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았다. 봄 햇살로 샴푸를 한 연초록 잎들이 무심코 바닥을 내려다보는 듯한 곳에 시선이 갔다. 그곳 보도블록 위에는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누군가 던져주고 간 먹잇감을 둘러싸고 고개를 바쁘게 주억거리며 먹이다툼하고 있었다. 그때 비둘기들 사이로 엄마 따라 산책 나온 아기가 신기한 듯한 표정으로 아장아장 걸어갔다. 비둘기들은 슬몃슬몃 달아나기 시작하더니 아기의 손짓에 모두 날아가고 말았다. 벤치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난, 순간 그 장면이 뺨을 때렸다. 우리가 볼 때는 아기는 한없이 귀엽고 예쁘지만, 비둘기 입장에서는 한낱 두려운 존재였을 뿐이다. 그토록 예쁘다는 양귀비나 초선이, 서시와 왕소군도 인간의 시선에는 천하의 절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