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머슴의 뒷간은 스스로 그러하다. 문이 없다. 산천 어디에 문이 있었던가. 문 없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헛기침은 한 번이면 족하다. 덤으로 한 번 더 해도 된다. 없는 문 여는 것에 대한 예의다. 자연은 품이 넓지 않은가. 지붕은 지붕 위로 날아가고 없다 강산은 처음부터 열린 공간이었다. 환기창도 없다. 태초부터 자연은 청정했다. 그래서 환기할 게 없어 없다. 가끔, 강 건너 병풍산이 들락거릴 뿐. 머슴의 뒷간, 통시(便所)는 홀로 즐기는 공간이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