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통시 2

독락(獨樂)의 공간/홍영수

병산서원 머슴의 뒷간은 스스로 그러하다. 문이 없다. 산천 어디에 문이 있었던가. 문 없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헛기침은 한 번이면 족하다. 덤으로 한 번 더 해도 된다. 없는 문 여는 것에 대한 예의다. 자연은 품이 넓지 않은가. 지붕은 지붕 위로 날아가고 없다 강산은 처음부터 열린 공간이었다. 환기창도 없다. 태초부터 자연은 청정했다. 그래서 환기할 게 없어 없다. 가끔, 강 건너 병풍산이 들락거릴 뿐. 머슴의 뒷간, 통시(便所)는 홀로 즐기는 공간이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

나의 시 2022.12.04

옛사람의 삶의 디자인, 병산서원(屛山書院)

근래에 들어와 전반적인 문화에 걸쳐 전통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전통의 이해와 계승발전 등과 같은 우리 것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우리는 전통을 찾아 익히고 공부해야 한다. 옛것에 대한 막연한 향수라기보다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서구 지향적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문화권이 갖지 못한 보다 새롭고 세계적인 우리의 것을 찾아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 것들에 대한 창의적 사고를 하려는 노력의 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이다. 인류학에서 발달된 중요한 개념인 ‘문화상대주의’란 세계 여러 문화를 우리 자신의 가치관이나 우열의 척도를 가지고 보지 않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의 문화가 무조건 훌륭하다고 믿는 ‘문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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