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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 머슴의 뒷간은 스스로 그러하다.
문이 없다.
산천 어디에 문이 있었던가.
문 없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헛기침은 한 번이면 족하다.
덤으로 한 번 더 해도 된다.
없는 문 여는 것에 대한 예의다.
자연은 품이 넓지 않은가.
지붕은 지붕 위로 날아가고 없다
강산은 처음부터 열린 공간이었다.
환기창도 없다.
태초부터 자연은 청정했다.
그래서 환기할 게 없어 없다.
가끔,
강 건너 병풍산이 들락거릴 뿐.
머슴의 뒷간, 통시(便所)는
홀로 즐기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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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병산서원 '통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