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의 8월,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감정 변화가 심한 뫼르소가 아니어도 뜨거운 햇볕에서는 이유 없이 격한 감정이 생긴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가 보다. 9월이 왔다. 조석으로는 다소 시원한 느낌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중추가절, 추석 하면 보름달이 떠오른다. 땡볕이 아닌 달빛은 박목월의 시처럼 구름과 달빛에 취해 걷는 강나루 길, 그 얼마나 정겨웁고 낭만적인가. 10여 년 전 늦가을, 경북 양동마을 초가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바뀐 잠자리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뒤척거리는데, 어느새 달빛이 슬그머니 창호 문 틈새를 비집고 윗목의 머리맡에 누워 있었다. 낭월朗月의 은빛 가루가 서걱서걱 부서져 내리니, 낯선 이방인인 여행객의 심사는 가히 천지 공간에서 외로움의 깊이를 잴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