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삭은 시골 된장 한 숟갈 푹 떠서 사뿐히 건네면 다정스레 받은 당신 발효된 그 고마움 한 덩이 풀어 넣고 냉동실에서 꺼낸 멸치 몇 개 당신 손에 쥐여 주면 똥 뺀 멸치 빈속에 두터운 믿음으로 꽉 채우고 베란다에서 감자 두 개 가져오면 조심스레 건넨 칼로 껍질 벗기면서 서로의 얄미움도 확 벗겨버리고 버섯 씻다 젖은 손을 일광욕시킨 마른행주로 살며시 닦아주니 미운 정 한 송이 햇살 되어 손등에서 피어오르고 매웠던 시집살이 청양고추와 함께 툭 끊어 끓는 국물에 슬몃 얹히고 갑작스러운 볼 뽀뽀에 붉어진 낯빛은 고추장에 버무려서 속살처럼 하얀 당신 마음과 함께 두부 넣어 한소끔 끓이고 한두 겹 벗긴 양파의 매끈함에 신혼 때 생각 몇 방울 떨어뜨려 마주 보는 뜨거운 눈빛으로 보글보글 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