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문을 열면 연기에 그을린 벽지에는 누구도 해독할 수 없는 삼강체의 상형 문자가 그려져 있고 노 젓던 사공의 슬픈 가락과 보부상의 총총걸음의 외상값이 지우고 다시 쓴 가느다란 칼끝의 필획으로 쓰여있다. 연기에 그을린 정기의 벽에는 주전자 연적의 텁텁한 물을 뚝배기 벼루에 붓고 간간하게 배인 소금장수 땀의 먹으로 갈아 쓴 행간 속 외상장부가 농담의 붓으로 괴발개발 갈겨놓았다. 시끌벅적한 삼강주막에서 고단했던 그들이 하루를 안주 삼아 피로를 마실 때 늙마의 주모는 비워지는 주전자의 개수를 벽지에 새긴다. 칼끝 붓으로 휘갈긴 갈필의 메마른 삶일지라도 자오록한 연기에 그을린 먹빛 정지에서는 삼강체라는 주모만의 서체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앞치마처럼 구겨져 힘들고 고된 하루지만 그만의 운필력으로 붓을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