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뽑힐 것 같은 태풍을 안고 살아야 하는 바닷가에, 염분을 머금은 소나무 한 그루. 죽음의 가지 끝에 수많은 솔방울을 매달고 있다. 절망의 끝에 선 몸부림으로 주렁주렁 매단 방울들. 희망 없는 예감이 들 때 생명력은 더욱 강해지는 것일까, 자기 죽음을 예고하듯 저토록 많이 매달고 있기까지 침묵의 고통은 상처 난 곳에 스며든 바닷물처럼 쓰라렸으리라. 가지가 찢길 듯 많은 방울을 매달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아니, 죽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기에 더 많이 매달아야 하는 슬픈 생존의 역설이다. 지금도 잿빛 주검의 침묵으로 서 있다. 바로 곁에는 갓 자란 소나무 한그루 하느작거린다. (어불도(於佛島) 바닷가에서 본 풍경) 가끔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생소하고 이색적인 풍경이 다소 두렵기도 하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