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타고 있는 새벽 산사 빈 마당에 비질을 한다 젊은 스님이 다가와 무얼 쓸고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무엇을 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쓸고 있는 행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멋쩍게 대답을 한다 비질을 할 때마다 잔돌이거나 박힌 잎이거나 흙먼지거나가 벌떡, 벌떡 일어선다 백팔번뇌가 십팔번 뇌로 떠오르던 법당! 비질이 지나간 자리마다 죽비를 맞은 것 같다 시집 --------------------------------- 부처가 성불하고 맨 처음 가르친 것이 바로 네 가지 진리와 여덟 겹의 길이다. ‘苦集滅道’와‘八正道’이다. 고집멸도의 네 가지 진리란 우리의 삶은 괴롭고. 그 괴로움은 집착에서 오고, 그 집착을 끊어야 할 길, 그게 바로 팔정도이다. 어쩜 시인은 속애(俗埃)에 지친 삶의 괴로움과 번뇌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