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2

訪曹處士山居(방조처사산거)- 박순(1523~1589)

醉睡仙家覺後疑 (취수선가각후의) 취해 자던 신선 집 깨어보니 의아하다 白雲平壑月沈時 (백운평학월침시) 흰 구름은 골 가득 메우고 달이 지는 새벽녘 翛然獨出脩林外 (소연독출수임외) 주인 몰래 혼자 나와 긴 숲길 벗어나니 石逕筇音宿鳥知 (석경공음숙조지) 돌길에 지팡이 소리 자던 새에게 들켰네. 술 취한 후 희미하게 눈을 뜨니 너붓한 반석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으늑한 장면, 좋은 벗과 주거니 받거니, 달무리로 주안상 차리고, 솔잎 향 몇 방울 술잔에 떨어뜨리며 명지바람에 실려 온 실솔(蟋蟀) 울음소리로 세속의 찌든 귀 헹구면서, 맴도는 흰 달빛도 초대한 깔축없는 분위기에 실컷 마시고 쓰러졌다. 깨어보니 널부러져 있는 술상 앞에 주인은 쓰러져 코를 골고 주변을 살펴보니 골을 메운 흰 구름 雲海를 이뤘다. 밤새..

나의 시 평론 2023.11.16

드뷔시 ‘달빛’,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염천의 8월, 카뮈의 ‘이방인’의 주인공, 감정 변화가 심한 뫼르소가 아니어도 뜨거운 햇볕에서는 이유 없이 격한 감정이 생긴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가 보다. 9월이 왔다. 조석으로는 다소 시원한 느낌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중추가절, 추석 하면 보름달이 떠오른다. 땡볕이 아닌 달빛은 박목월의 시처럼 구름과 달빛에 취해 걷는 강나루 길, 그 얼마나 정겨웁고 낭만적인가. 10여 년 전 늦가을, 경북 양동마을 초가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바뀐 잠자리 때문에 잠을 못 자고 뒤척거리는데, 어느새 달빛이 슬그머니 창호 문 틈새를 비집고 윗목의 머리맡에 누워 있었다. 낭월朗月의 은빛 가루가 서걱서걱 부서져 내리니, 낯선 이방인인 여행객의 심사는 가히 천지 공간에서 외로움의 깊이를 잴 수 있었겠는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