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설날이면 추위가 정점에 이르는 때인데 인간의 무자비한 소비의 군불 때문에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이미 이상기후에 소멸하고 말았다. 출근길, 어떤 이는 코트 깃을 세우고, 그 곁에는 두꺼운 목도리를 휘두르고서 뭔가에 쫓기는 듯한 얼굴들이 시리디시린 도심의 거리를 걷고 있다. 저들의 걸어가는 표정엔 그 무엇과의 이음표가 없는 단절된 얼굴이다. 하나같이 홀로 걷는 걸음걸이엔 말 줄임표만 매달려 있다. 십수 년 살면서 보는 도시의 풍경임에도 새삼 엄동설한에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도시적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적인 삶이 힘들고 피곤해서 오는 것이다. - 시골의 삶이 쉽고 편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시골에 비해 도시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 즉, 다양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