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누군가 따라 걷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 발끝만 바라보며 상념 가득한 모습이 참으로 나를 닮아있습니다. 양지쪽 흰 눈은 파르라니 몸을 녹이고 애써 바라본 하늘은 삼킬 듯 나의 몸을 파랗게 물들여 갑니다 함께 걷던 그도 간데없고 나도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려니 어디로 얼마만큼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녹으면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곳 파란 하늘과 또 다른 내가 있는, 내가 멈춰 서 있는 이곳이 내가 돌아갈 곳이고 또 나아갈 곳이라는 것을 못내 인정해야만 할 듯싶습니다. 가슴 가득 들이마셨던 맑은 공기는 가슴에서 입술로 입술에서 눈으로 전해져 맑고 따듯한 세상을 바라볼 수도, 말할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머무는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이니까요 시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