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 시인 2

내가 머무는 세상/정현우

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누군가 따라 걷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 발끝만 바라보며 상념 가득한 모습이 참으로 나를 닮아있습니다. 양지쪽 흰 눈은 파르라니 몸을 녹이고 애써 바라본 하늘은 삼킬 듯 나의 몸을 파랗게 물들여 갑니다 함께 걷던 그도 간데없고 나도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려니 어디로 얼마만큼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녹으면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곳 파란 하늘과 또 다른 내가 있는, 내가 멈춰 서 있는 이곳이 내가 돌아갈 곳이고 또 나아갈 곳이라는 것을 못내 인정해야만 할 듯싶습니다. 가슴 가득 들이마셨던 맑은 공기는 가슴에서 입술로 입술에서 눈으로 전해져 맑고 따듯한 세상을 바라볼 수도, 말할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머무는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이니까요 시집 『..

나의 시 평론 2023.05.18

정현우 시집『내가 머무는 세상』, 비전북하우스, 2023.

탐구적 미의식과 질박한 서정성의 시학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정현우 시인의 80여 편 남짓 원고를 탐독했다. 그의 시 세계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일상성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적이거나 논리적 예리함, 지적인 주장보다는 몸소 체험과 경험에서 체득한 감성을 통해 대상과 교감하고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시적 정조가 부드럽고 따뜻하면서 온유한 느낌의 미적 감응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시상은 자연의 현상 속 꽃과 비 등의 시편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특히 애달픈 모정에 대한 그리움과 술에 대해서는 남다른 의미와 깨우침을 술잔에 담아 마시면서 자의식을 내면화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러한 시상을 감각적으로 표출하면서 정감 가는 시인만의 시어와 산뜻한 리듬감,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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