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중턱에 안성의 산사를 찾았다. 엄동설한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느긋한 마음으로 넓은 경내를 살피면서 지금은 사라진 요사채 자리를 유심히 바라보며 호젓한 사찰의 마당에 서서 남사당패를 이끌었던 바우덕이를 생각한다. 동가숙 서가식 하며 떠돌아야만 했던 그들, 이곳에서 받은 신표(信標)를 들고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안성 장터는 물론 전국을 무대로 연희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 바로 청룡사이다. 그들이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는 연희를 하지 못해 이곳으로 돌아와 출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공연을 위해 부족한 기예를 익히고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렇듯 삶이 배고프고 고달팠던 그들의 사연들이 맴돌고 숨 쉬었던 성지가 바로 이곳 청룡사이다. 곳곳에 베인 사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