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던 2

생각을 울리자, 한울림의 종소리처럼

어렸을 적, 자그마한 시골 동네에서 자랐다. 그리고 초, 중학교 때까지 면 소재지와 읍내로 통학했었다. 그 시절, 지금까지 유난히 기억에 남아 언뜻언뜻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밤 12시 되면 높은 뒷산 너머의 읍내에서 통행금지의 사이렌 소리가 고적한 산골 동네까지 들려왔다. 그리고 새벽이면 닭의 홰치는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동네 앞 커다란 저수지 건너편에서 산사의 종소리와 교회당 종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사이렌 소리는 누군가 한 잔 술에 취해 마구 큰소리로 고함지르듯 하고, 그래서인지 정감도 없을뿐더러 신화 속 매혹적인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냉정함의 기호로 들렸다. 그것은 과학 문명을 이용한, 더구나 통행금지라는 동동걸음으로 다가오는 하나의 신호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교회당 종소리는 초등학교 때 익숙하게..

삶이란/김석심

앞만 보며 달려왔던 인생이었지 건강과 얽힌 실타래 푸는 동안 서산에 노을은 짙어만 갔네 어느덧 남편은 한줄기 구름과 바람으로 왔다가 떠나가고 아이들은 자라 제 갈 길 찾았으니 허전한 마음에 뒤돌아보니 출발점은 저 멀리서 몸을 숨기고 종점이 가까워질 때 유일한 내 친구는 문학의 길이라네! 알량하게 쓰는 글이지만 글 한 편이 나의 애인이고 자식이고 친구일세! 유통기한이 없는 글을 쓰고 언제까지 정신력 잃지 않은 삶으로 뜨락에서 피어나는 수채화 같았으면. 시·수필집 『인생의 숲을 통해서』, 해드림출판사, 2021 ---------------------------------------------------------- 최근엔 노년의 삶에 대한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에이지즘(ageism)’이라는 말까지 나..

나의 시 평론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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