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늦가을, 우리나라 최초의 蓮 시배지인 시흥시의 관곡지에 갔다. 하늘대는 연잎과 연꽃향은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이미 생명을 다했다. 오히려 이러한 풍경에 시선이 더 쏠리면서 많은 걸 생각게 한다. 필자는 오색단풍이 찬연한 풍경보다는 가을이 끝날 무렵 11월 중순쯤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저물어가고, 사그라지며 무너져가는 절정의 뒤안길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절정의 본질이 남겨 놓은 흔적을 더듬어 찾기 위해서이다. 홀로 서서 늦가을의 연지를 바라보는 순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잭슨 폴록이 떠 올랐다. 그 이유는, 한여름 연지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연잎과 연잎을 키워 올리는 연대, 연꽃의 향기 등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의 정절이 남긴 흔적, 말라비틀어진 연잎은 바닥에 엎드려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