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에 자오록이 덮인, 첨찰산 그리메에 포근히 안기어 묵향으로 피어난 남화의 탯자리 배롱나무 우듬지에 맺힌 묵신(墨神)의 얼은 연못 물비늘에 나울나울하고 발묵한 연잎 위에 진도아리랑 가락이 번져갈 때 갈필의 붓끝은 비수처럼 번듯번듯하다. 대를 이어온 화풍의 맥은 구름 숲속에 맥맥이 흐르고 동다송을 꼴마리에 차고 온 초의와 세한도를 허리춤에 동여맨 추사의 혼이 아슴찮게 들명날명 하는 운림각 이곳에 들어서면 비운 가슴은 화선지가 되고 한 올의 머리카락은 붓이 된다. 먹 가는 소리가 사천리 바람살에 뒤울리며 진도의 뼛속에 골수로 맺힐 때 남종화는 회화의 주옥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