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노시스 2

망각, 잠시 의식의 문과 창을 닫자

망각? 기억은 좋고 망각은 나쁜 것인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일들에 부딪힐 때 좋은 일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나쁘고,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서는 잊고 싶다. 그러나 모든 걸 다 기억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이러한 측면에서 망각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망각’이라는 단어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 한다. ‘비움’은 장자 철학의 핵심 키워드다. 여기서 ‘비움’은 부정적인 마음을 해체하는 것이다. 대상에 대해 분별과 편견을 버리고 수용하는 것, 그게 장자가 말한 심재心齋와 좌망座忘이다. 나를 비우고 나를 잊은 마음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의 이치를 터득할 수 있기에 세상이 왜곡되어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꽉 찬 마음을 비우지 않고 주관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것은 제멋대..

비움, 그 장엄한 희열

장자 철학의 핵심은 ‘비움(虛)’이라 할 수 있다. ‘심재心齋’란 실재처럼 존재하는 자기 자신을 심재를 통해 더 이상 자신이 존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한 ‘비움’이다. 심재를 실천하게 되면 일상적인 의식 속의 작은 나(self), 즉 小我는 사라지고 새로운 커다란 나(self) 즉, 大我로 새롭게 거듭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왜냐면, 가족과 더 나아가 직장,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온통 비우고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더라도 심재를 하게 되면 텅 빈 방에 빛이 뿜어진다는 것이다(虛室生白).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바라보자. 그러면 왜곡된 세계가 보이지 않고, 자기만의 관점으로 보는 세계관도 없어질 것이다. 장자의 수양법인 심재좌망(心齋坐忘),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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