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2

페르소나/박선희

병원 1층 로비 띄엄띄엄 환자들 모여 앉았다 박수소리에 섞인 웃음소리 웃는 건지 우는 건지 껑충 키 큰 남자 우스워 죽겠다는 듯 허리를 꺾었다 편다 노란 꽃 달린 머리띠를 하고 목에는 청진기를 걸고 뱅글뱅글 눈알이 그려진 안경을 쓰고 완강히 닫힌 문처럼 결코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소리만 요란한 얼굴들 몇 차례 시키는 대로 따라 웃더니 움찔, 굳은 표정이 풀린다 억지로 웃었던 웃음인데 서서히 허물처럼 벗겨진 가면 웃음은 가면으로부터 얼굴을 꺼내는 일 웃음의 힘은 무섭다 치매는 앓는 아버지, 요양에 두고 급히 돌아 선 등으로 억지웃음을 시키며 웃음을 삼킨 웃음 치료사 오늘도 가면을 쓰고 산다. 시집 , 현대시학, 2016 --------------------------- 문학회 기행에서 하회마을에 갔을 때‘..

나의 시 평론 2023.01.02

페르소나를 탈출한 一片浮雲(일편부운)의 시인 김삿갓

어느 해, 문학회에서 안동 하회마을에 갔었다. 그때 ‘하회탈 놀음’의 공연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탈놀음이나 가면 놀이는 해학과 풍자의 놀음이라 할 수 있다. ‘가면’은 그리스어로 페르소나다. 한마디로 가면을 쓴 인격을 말하는 것이고, 이미지 관리를 하기 위해 쓰는 ‘외적 인격’이기도 하다. 우린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시계추 같은 시간에 맞춰 출퇴근해야 하고, 틀에 박힌 일상 탈출을 꿈꾸기 때문이다. 내가 서 있는 위치와 얽매인 듯한 생활환경을 벗어나 도망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탈출하고 싶은 것이다. 가면을 확 벗어버리고 실재적 상황에 뛰어들어 걷고 싶고 만세 부르듯 두 손 들어 어깨를 활짝 펴고, 자유함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규범과 역할을 벗어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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