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 2

성심(成心)을 해체하고 허심(虛心)으로 돌아가자./홍영수

장자의 의식은 성심(成心)과 허심(虛心)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관계든, 유대에 의한 것이든 고정되고 불변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것을 고정적 실체가 있는 시각으로 대상화하는, 무의식적 모방인 미러링(mirroring)의 행위가 성심(成心)이라면, 이 성심을 해체하는 것이 바로 허심(虛心)이다. 붓다도 장자와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제행무상(諸行無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無는 有를 전제로 하는 사상이다. 말 그대로 空은 대상이 없는 사상이고 선악(善惡), 미추(美醜), 시비(是非) 등의 이분법적인 가치를 벗어난 사고이다. 하나인 것을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잘못된 사고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붓다와 장자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성심(成..

겨울 강가의 ‘빈 배(虛舟)’를 바라보며

일반적으로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묶어 ‘老莊’사상이라 일컫는다. 그 둘과의 거리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노자가 그토록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한 현실주의자라면, 장자는 ‘호접몽(胡蝶夢)’에서 보듯 ‘만물일원론(萬物一元論)’을 주장했다. 얼핏 보면 장자를 읽다 보면 현실을 초월해서 망아(忘我)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어떤 문학작품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필자의 젊은 시절엔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낚시하며 민물조개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물과 꽃의 정원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어느 해 두물머리, 겨울 추위 속 꽁꽁 언 강둑에 자그마한 배 한 척이 있었다. 그 안에는 사람도 배 젓는 노도 없고 세찬 강바람만 스칠 뿐, 어디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 울음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는 스산한 풍경 속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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