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경주시 양동마을에 들러 하룻밤 자고 이튿날 아침 옥산서원(나중에 알아보니 2019년 ‘한국서원’‘한국 서원’의 이름으로 14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을 찾았다. 이곳은 회재 이언적이 고향에 돌아와 지은 서원이다. 때마침 수리하는 중이어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독락당(獨樂堂)’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계정과 독락당은 회재 선생이 7년여의 세월을 보낸 별서이다. 무엇보다 눈에 다가오는 것이 ‘獨樂’이라는 현판이다. 이 두 글자가 왜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주억거리게 했는지? 아마도 글자 너머의 의미보다는 우선 회재 선생의 사상과 배경 등을 떠나 ‘獨樂’이라는 단어가 바쁜 일상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우리의 모습과 겹치면서 의미심장하게 가슴을 파고든 것은 아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