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별이 지다/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7.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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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선(船)이 침몰했다

비좁은 해협을 항해하다

지상의 별들이 해저의 심연으로 가라앉았다

삐쭉삐쭉 나온 불법의 어뢰들이 해로를 가로막았고

밀려든 파도와 물결의 무게는 그들을 짓눌렀다

반짝거려야 할 빛은 흔적 없이 수장되어

어둠을 밝힐 별들과 별들의 별빛이 사라졌다.

몰아치는 파도에 그들은 해안의 절벽에 부딪혔고

맴돌이 해류에 휩쓸린 일엽편주가 되어

사납게 놀치는 골목의 해협에서 자취를 감췄다.

해수면에 떠도는 부유물은 가족의 안부로 떠돌았고

거센 풍랑에 찢긴 신발은 갈 곳을 잃고 표류했다.

사방을 봐도 항로가 막혀버린 아포리아의 절망 앞에

해미의 항해 속 죽살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후밋길 해로에서 무적霧笛을 울렸고

이물과 고물에서 조난의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이 태평스러운 원님들인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 그들의 무사안일함은

사박스러운 삼각파도가 되어

그토록 갓맑고 영롱한 별빛을 살랐다.

난파선이 된 골목선船의 별들,

그들이 지고 세월이 가도 별들은 여전히 빛날 것이고

꿈쟁이들의 별빛은 불온의 용오름으로 솟구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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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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