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外

시의 밭/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3. 10. 5. 01:48
반응형

https://blog.naver.com/deulgoosan/223225691562

 

시의 밭 / 홍영수

시의 밭 홍영수 아내는 묵정밭을 일구어 시심을 뿌려 놓았다 햇볕 머금은 열매에서 시상을 따고 빗소리를 ...

blog.naver.com

시의 밭 

 

아내는 묵정밭을 일구어 시심을 뿌려 놓았다.

햇볕 머금은 열매에서 시상을 따고

빗소리를 끌어안은 뿌리에서 주제를 캔다.

허술한 밭두둑의 행은 호미로 북돋우고

철 지나 시든 곁가지의 시구와

누렇게 된 잎의 시어는 잘라버리면서

불필요한 수식어는 꽃잎일지라도 따낸다.

벌레들이 잎사귀에 뚫어 놓은 자음의 구멍과

새들이 꽃다지에 쪼아놓은 모음의 흠집들은

떼 내고 다듬으면서 시 밭에 자란 문장을 다듬는다.

떨어뜨린 밭작물의 행간에서 의미를 다잡으며

참신한 시어와 새로운 시구의 알곡들을 줍는다.

때론, 설익은 품사의 꼭지들은 꺾어 버리고

주렁주렁 매단 열매의 단어들은 솎아주면서

갈마드는 퇴고를 하며 한 톨의 시를 수확한다.

각양각색이 상징이고 비유인 시의 밭, 그곳에서

아내의 손발 펜으로 쓴 됨새 좋은 시의 이삭들,

농심이 진솔하면 열매 또한 잘 여물 듯

웃음꽃 핀 표정으로 움켜쥔 손안에

농익은 시 한 다발.

---------------------------

'나의 글 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돌  (0) 2023.10.25
몽돌/홍영수/국악방송에서 낭송  (0) 2023.10.25
여향헌(餘香軒)의 뜰 / 홍영수  (1) 2023.10.21
고평역(驛) 가는 길 / 황주현  (0) 2023.10.18
부천 교보문고 시화전  (1) 2023.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