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너에게 다가서면 너는 보이지 않고
돌아서면 살며시 풍겨오는 향기로운 너
네가 향기가 되고 향기가 내가 되어
알몸 맨살 버무려 실카장 껴안고서
앙가슴 풀어헤치고 통정하듯 스미고 싶은 곳.
뜰을 비질해도 향기는 쓸어내지 못하고
꽃이 없어도 지순한 벌 나비가 찾아드는
티 없는 영혼이 노를 젓고 생각이 헤엄치는 곳.
아! 금사리에는 해종일 향기의 파도가 일렁이고
취한 여향헌 조각배는 윤슬에 사운거리며
한 잔의 향을 마시고 싶은 뒷산 봉우리가
뜰앞 선착장을 바라보며 타는 갈증 달래는 곳.
적요가 적요롭게 드러누운 뜰의 허리춤에서
시향의 언어가 향불로 피어오를 때
보이지 않는 너의 숨결은 상처의 영혼을 감싸고
소리 없는 속삭임은 멍든 심신을 어루만진다.
아! 금모래의 꽃 향으로 허공에 피어올라
혼의 불빛으로 흩날리며 떠돌고 싶은 이곳.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나의 글 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돌 (0) | 2023.10.25 |
---|---|
몽돌/홍영수/국악방송에서 낭송 (0) | 2023.10.25 |
고평역(驛) 가는 길 / 황주현 (0) | 2023.10.18 |
부천 교보문고 시화전 (1) | 2023.10.09 |
시의 밭/홍영수 (1) | 2023.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