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잖아.
길 중에도 가야 할 길이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있어.
그런데 왜 그들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갔을까?
그토록 물을 싫어하는 나를
맹골수도(孟骨水道)의 빠른 물속에
차가운 영혼으로 멈춰 있게 하는 거야.
알잖아, 엄마는
물속보다 엄마의 품속이 그립고
물길보다 아빠의 손길이 필요하고
펼쳐야 할 꿈이 망망대해인 나를.
아직 더 높이 올라가야 할 욕망의 하늘이 있고
더 멀리 달려야 할 희망의 지평이 있고
더 크게 울려야 할 가슴의 종이 있다는 것을.
멋진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났던 새벽길에
도란도란 모여 얘기꽃 피워야 할 친구들이
아직도 환상 속에 꿈을 꾸는 듯
내 곁을 둥둥 떠다니고 있어요.
눈동자는 움직임이 없고요.
세상의 모든 신에게 마지막 기도를 했던 친구들
그들의 손에 꼭 쥐어진 스마트 폰에 쓰인
“엄마! 보고 싶어.”
엄마에게 입맞춤을
아빠 볼에 뽀뽀해 주고 싶었는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이 되리라
차마 어찌 생각이나 했겠어요.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서도
맑고 밝게, 달콤, 상냥한 모습으로
엄마, 아빠 기억하고 영원히 사랑할게요.
엄마! 보고 싶다.
아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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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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