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에 한 뼘 한 걸음씩 이울어가는 저문 삶이 걷고 있다 수평선 끝자락에 매달린 해조음을 듣고 해독할 수 없는 파도의 문장을 넘기면서 돋보기 너머로 까치놀의 문맥을 훑어본다. 어른거린 눈은 놀 빛 글자를 읽을 수 없다. 농익은 침묵으로 망각의 시간을 반추하고 지나온 긴 시간의 발자국을 톺아보면서 평생의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루진 노을 속 고뇌에 찬 오후의 생이 황혼빛 속으로 가뭇없이 흔적을 지우고 있다. 토혈한 저녁놀을 헐거운 소맷자락에 걸치고 몇 방울 남은 젊음을 삼키면서 해변을 쓸쓸히 걷는 늙마의 머리 위로 철새들이 羽羽羽 날며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한 오라기 해거름 길 위를 닳고 닳은 저녁놀 비켜 신고 하늘과 땅 사이 밟고 밟다 남은 이승의 길을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