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달밤/홍영수 마실 다녀오는 할머니 지팡이엔 달그림자가 뒤따른다. 사립문을 연다. 흰 고무신은 달빛 가루를 신었다. 달의 눈썹만큼 가벼운 두 발로 문지방을 넘는다. 하얀 머리카락에 걸린 별빛도 반짝반짝 안방으로 들어선다. 감잎 떨어진 소리를 귀에 건 귀뚜라미도 문풍지 틈새로 귀뚜루르 뛰어든다. 고요를 입고 사는 홀몸의 할머니 가을밤의 달빛과 숨결이 고요를 벗겨준다. 나의 시 202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