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다녀오는 할머니
지팡이엔 달그림자가 뒤따른다.
사립문을 연다.
흰 고무신은 달빛 가루를 신었다.
달의 눈썹만큼 가벼운 두 발로
문지방을 넘는다.
하얀 머리카락에 걸린 별빛도
반짝반짝 안방으로 들어선다.
감잎 떨어진 소리를 귀에 건 귀뚜라미도
문풍지 틈새로 귀뚜루르 뛰어든다.
고요를 입고 사는 홀몸의 할머니
가을밤의 달빛과 숨결이 고요를 벗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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