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배 2

물끄러미/박수호

이 가을 물가에 늦은 수련 한 송이 그 옆 빈 배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 _박수호 시인 晩秋의 계절, 滿山紅葉에 두리번거리는 낭만객의 시선이 아닌 제목이 말해주듯 얼혼이 흔들리는 현실을 초탈한 시선으로 오감의 솜털을 세워 시인은 물끄러미 강가를 바라보고 있다. 강가에는 7~8월에 피어 이미 시들었을, 그렇지만 무슨 연유로 수련 한 송이는 가을 찬 이슬 감겨든 자세로 피어있을까. 꽃말처럼 ‘당신의 사랑은 알 수 없습니다.’의 뜻을 새기고 있는 것일까. 늦가을 차가운 서리에 꽃잎을 여는 수련 한 송이에서 가슴에 고요의 울림으로 다가선 물음표를 매단 시인의 視. 다소 禪적이고 하이쿠 같은 시다. 소멸의 계절, 늦가을의 스산함과 누굴 위해서가 아닌 무념무상의 자태로 강가에 홀로 핀 수련, 또한 그 곁에는 詩眼이..

나의 시 평론 2022.11.15

겨울 강가의 ‘빈 배(虛舟)’를 바라보며

일반적으로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묶어 ‘老莊’사상이라 일컫는다. 그 둘과의 거리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노자가 그토록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한 현실주의자라면, 장자는 ‘호접몽(胡蝶夢)’에서 보듯 ‘만물일원론(萬物一元論)’을 주장했다. 얼핏 보면 장자를 읽다 보면 현실을 초월해서 망아(忘我)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어떤 문학작품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필자의 젊은 시절엔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낚시하며 민물조개를 잡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물과 꽃의 정원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어느 해 두물머리, 겨울 추위 속 꽁꽁 언 강둑에 자그마한 배 한 척이 있었다. 그 안에는 사람도 배 젓는 노도 없고 세찬 강바람만 스칠 뿐, 어디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 울음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오는 스산한 풍경 속 바로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