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평론

광고/김원준

홍영수 시인(jisrak) 2023. 1. 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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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 찾습니다.

통역할 사람 필요 없이

둘이 서로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정말 완전해야 합니다

적당히 미쳐서는 안 됩니다

 

도통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아주 아주 슬픕니다

돈이랑 가정은 없어도 좋고

완전히 미친 사람이면 아무라도 좋습니다

옆에 그런 사람 없나요

 

알맹인 쏙 빠지고 얄궂은 것만 득실대는

처먹고 똥만 만드는 내일 없는 녀석들은

필요 없소

정신 똑바로 확실히 미친 사람 만나

까부치고 밤새워 한 잔 미시고 싶습니다

 

미친 장부가 마시는 한 잔 술은

천년을 쌓고

미친 장부가 마시는 한 잔 술은

만년을 염려하며

미친 장부가 마시는 한 잔 술은

지기를 만난 축배입니다.

 

 

시집  『이런 사람 찾습니다 』, 산과 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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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멀고 가까운 곳을 응시하며 관찰할 때는 실제와 동떨어진 현실들을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때 시인은 시공간의 흔적을 더듬으며 존재의 자오선을 만들어낸다. 그러기 위해선 시인의 눈은 눈꺼풀을 달고 있으면 안 된다. 온갖 사물들과의 교감할 오감이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스펀지와 같아야 한다. 곧바로 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세심한 주의력과 관찰력으로 시어를 선택하고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 내면의 장벽을 부수기 위해서 강도 높은 곡괭이가 필요하다. 시인은 강도 높은 곡괭이로 굳어 단단한 장벽과 사회의 장벽을 내리치고 있다.

 

미친 사람인데 통역이 필요 없단다. 그렇다면 정말로 미친 사람이 아닌,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진심으로 터놓고 거침없이 논하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이유는 눈만 봐도 알 수 있는 사람미치되, 깨달음의 마음표현인 염화미소와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는 미친 사람일 것이다.

 

시적 화자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 대낮에 등불을 들고 세상이 어둡다고 외치며 참사람을 찾는 디오게네스처럼.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세대 간의 갈등, 이기적 사고와 이웃 간의 불협화음 등등에 슬퍼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따스한 가슴의 소유자가 없느냐고 묻고, 찾으며 진정한 사람 냄새를 그리워하면서 확 터놓고 밤새껏 얘기하고픈 사람을 찾고 있다. 어둠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는 영혼은 가짜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아파하고 눈물 흘릴 줄 아는 그렇게 미친 사람. 어찌 돈과 가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정의와 감동과, 한 방울의 사랑 눈물을 위해서 잠시 돈과 가정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형식과 질서를 벗어나는 삶의 자세를 얘기한 것이리라.

 

시인은 보다 강도 높은 곡괭이로‘처먹고‘ 똥만 싸는비생산적인 식충이 같은 녀석과, ‘外華內貧表裏不同한 작금의 사회적 현상들을 ’미친 大丈夫를 통해서 내리치고 있다.’ 정신.’ 똑바로 확실히 미친 사람이라는 역설을 통해 온전한 정신의 소유자를 만나 醉生夢死라도 좋으니 밤새워 마시며 곪아 터져 상처 난 시대를 얘기하며 잊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술을 忘憂物이라 하지 않던가. 이념과, 종교의 갈등, 생사여탈을 좌지우지하는 갑질과 차별 등의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 건배를 하고픈 것이다. 송강 정철의 가사처럼.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算)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 송강의 권주가 將進酒辭일부.>

 

지게를 짊어진 농부의 혈관에는 시와 예술이 흐르지만, 세속적 욕망과 자기중심적 사고에 젖은 사람에게는 문학도 예술도, 한 잔의 술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하오니 어찌 대장부가 아닌 속인의 술 한 잔에서 시 한 방울 건져 올릴 수 있겠는가. 속인들은 꽃에 머물고 얕은 곳에 머물지만, 사내대장부는 두터운 곳과 열매에 머무는 법이다. 그래서 대장부가 한 잔 술을 미쳐 마시는 것은 백척간두의 현실을 직시하며 천만년을 염려하고픈 것이다. 그리고 知己를 만난 축배知音의 또 다른 표현이다. 伯牙絶絃의 고사처럼 자기를 알아주는 종자기의 죽음에 거문고 줄을 끊어버린 백아伯牙,‘마음이 통하는 친구’ 말이다.’말이다.

 

더욱 짙어져 가는千紫萬紅5월 하늘 아래 천만년을 걱정하는 대장부가 아닐지라도 小人이라도 되어 차주초수(借酒诮愁) 할 수 있는 知己를 만나 밤새껏 취하고픈 계절이다.

 

덧붙이며,

어떤 시인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시어의 선택은 시인의 사물에 대한 세심한 응시와 관찰로부터 나온다. 이에 대한 해석은 당연히 독자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시가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것 또한 비평가와 독자의 몫이다. 필자는 비평가가 아닌 평범한 독자이다. 그렇기에 일종의 독자 반응 중심의 독법인 환기식 독법으로 시에 대한 의도를 찾아보고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다, 오직 나만의 독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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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신윤복 '주사거배(酒肆擧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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