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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의 호흡이 멈춘 물고기들
물녘에 죽음의 향연이다
혈관 막힌 강줄기
녹색으로 물든 눈꺼풀 없는 두 눈
자유형의 동작을 잃고서
주검의 배영으로 물 위에 누워있다
녹조의 수의를 입은 강
댐을 봉분 삼아 저승으로 간 물고기 떼
흐물흐물한 사체엔 느물느물한 쉬파리 떼
하품하듯 멈춰버린 민물조개 곁에
몇 알의 모래는 빛을 잃고 묵념 중이다.
어쩌다 끊긴, 천고의 물길
무젖은 달빛이 녹색 향을 피운다.
떼죽음 된 수면의 어류 전시장
아무런 잘못 없다는 듯
창자를 내밀며 죽음의 기도를 한다
어부의 손길에 터진 부레가 부풀기를
철새의 날갯짓에 지느러미가 파닥거리기를
봄비의 어루만짐에 산란의 축복이 내리기를
흘러야 할 흐름이 흐르지 않아
잿빛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며
녹조의 암세포가 전이 된, 강은
말기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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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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