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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하늘에서 인간에게 불어온다.
종로 네거리 상투 머리가
영혼이 흔들린 고부 농민에게
목청껏 울부짖으며
죽창과 농기구 들고 올라오란다
전옥서(典獄署)의 컴컴한 적굴에서
교수형으로 쏟았던 붉은 피로
동학의 바람을 휘어잡고
깊게 새겨야 할 역사의 서사를
종로 바닥에 일필휘지로 쓰며
서 있는 지금의 자리를 똑바로 보란다.
서울 한복판, 저 부릅뜬 두 눈은
탐욕의 부피를 부러워하지 말고
허상의 명예를 의심하라 하면서
비록 기울어진 운동장일지언정
우금치의 말발굽 소리로 일깨우란다.
함성의 바람이 분다
황토현 갑오의 바람으로 분다
주절주절 내리는 을미의 봄비에
사라지면서도 피어난 녹두 꽃잎
하늘하늘 길 위에 휘날린다.
*종로 4거리에 있는 녹두장군 전봉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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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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