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문학 칼럼

예술가여!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말자.

홍영수 시인(jisrak) 2023. 12. 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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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예술적 표현과 창의성을 생명처럼 여기는 예술가들은 그 어떤 권위와 명성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신만의 시각과 아이디어로 표현해야 하고 또한,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는 경험과 실험적인 창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통해 더욱 풍부하고 혁신적 가치관을 갖는 예술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권위와 명성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직 자신의 목표와 가치관 등을 고려해서 예술을 창조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며칠 전 예술가들의 모임에서 만난 시흥시에서 활동하는 화가 한 분을 만났다. 낯선 분인데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표정과 행동에서 자유분방함을 보았다. 그를 옭아매는 틀과 고정관념을 과감히 부수고 벗어던지는 듯한 거침없는 예술가적 이미지에서 단편적이나마 그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분에게는 남들이 거처야 할 정규과정은 하나의 멍에나 굴레에 불과했을 것이다. 왜냐면, 많은 <> 작품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의 자유분방한 행위가 코뚜레도 벗어 던지고, 고삐도 풀어버리고 마구간을 뛰쳐나온 소의 모습, 그러면서 순박함과 친근감으로 다가오는 순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정규적인 훈련이나 학위와 상관없이 훌륭한 예술작가에 의해 탄생 된 작품들이 매우 많다. 그러함에도 죽자 살자 전문가 과정을 밟으려 하고 거쳐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학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현상을 결코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각 분야의 전통과 권위와 명성 등에 힘입어 그러한 집단에 합류하고픈 욕망에서라면 좀 다른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예술 분야의 체계를 매우 중요시하고 여러 문제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작품의 공연, 출판, 전시 등을 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요즘 예술가의 예술 세계에 자신만의 자리를 갖기도 힘들지만, 찾는 것, 또한 쉽지 않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예술 분야는 경쟁심이 유난히 특별하고 심하다. 창작자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쟁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건전한 환경 속 경쟁이라면 그렇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환경은 어찌 보면 환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너무나 이해타산적인 잣대와 경직된 환경, 그리고 알음알음에 의한 줄서기나 연()에 의한 평가로 순위를 매기고 승자를 가르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과연 예술 작품의 평가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공적인 잣대와 평가의 순수성은 없는 것일까.

 

예술가에게 하나의 시스템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 시스템에 의존하다 보면 자유로운 영혼의 창조는 힘들다. 이러한 예술의 시스템에 합류하지 못한다든지 아님, 주류에 속하지 않는 예술가들에게는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 더구나 경제적 관념에 예민하지 못한 그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사실 작품에 대한 그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자신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꾸준히 쉼 없이 도전하고 경쟁하면서 자신을 확인해 간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도전과 경쟁의식은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더 나은 예술가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다만, 외적 요인에 의한 평가를 의식하고 의존하게 되면 외부의 평가에 잠식당해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살리에리 증후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자신의 곡을 모차르트의 곡과 비교할 때면 흔한 말로 정신 돌아버린다고 했다. 비교와 경쟁을 통해 인정받지 못한 두려움은 괴로움과 우울감에 빠지고 때론 분노마저 느끼기도 한다. 이렇듯 타인과의 재능의 경쟁은 때로는 스스로 도태하고 자기 파괴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예술 활동을 함에 있어 누군가 호응해 주고 지지하며 작품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만, 예술사조의 흐름과 경향에 동조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사조가 등장하고 새로운 흐름이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가는 꾸준히 자기 계발과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예술 흐름에 맞춰가면서도 자기만의 독창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노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마음가짐과 열린 감수성을 가지고 많이 보고, 듣고 접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얽매인 예술에 대한 태도에는 작품이 건네주는 다양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예술 작품의 한 점 한 점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그러한 예술의 세계는 아직도 완성을 향해 진행되는 중이다. 틈틈이 그들의 창조 세계를 찾아가 보자.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예술은 일상성을 벗어나 새로운 체험과 경험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 그것은 자유로운 영혼에서 피어난 한 떨기 상상력의 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접할 때는 작가에 대한 그 어떤 사회적 신분이나, 권위, 학위, 나이, 성별이라는 선입견을 버리자. 그렇지 않으면 이 또한 구별 짓기의 한 방식일 뿐이기에 그렇다. 예술가는 경제적 부족함에서 오는 불안함보다는 비록 가난할지언정 차라리 예술 안에서 행복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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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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