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문학 칼럼

니체, 정신의 세 가지 변화

홍영수 시인(jisrak) 2024. 1. 1. 13:34
반응형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회사에 입사하고 연수 교육받을 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강사의 한마디 negative thinking(부정적 사고)이 아닌 positive thinking(긍정적 사고)의 마인드를 가져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입사 후 중동지역으로 발령받아 근무했다. 그때 지역의 특징인 사막, 특히 그 사막에서 짐을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낙타의 모습을 보았다. 그저 주어진 운명처럼, 당연하다는 듯, 주인에게 복종하면서 불평불만 없이 등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그들의 행렬에서 내 삶을 반추해 보았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철학자, “신은 죽었다.” 했던,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박병덕 옮김, 육문사, 1988.)의 첫 번째 장의 제목이 세 단계의 변화에 대하여이다. 그 첫 문장은 이렇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끝으로 사자가 어떻게 어린아이가 되는지를

 

여기서 세 가지 변화란 자기에 대한 참된 인식이 높은 단계로 올라서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어린아이가 가장 높은 정신적 단계이고 참된 인식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린, 낙타의 삶? 사자의 삶? 어린아이의 삶? 중에 어떤 삶의 단계에 서서 살고 있을까?

 

첫 번째 낙타의 단계는 가장 낮은 단계이다. 낙타를 보면 짐을 지고 다닌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것은 곧 사회의 틀 속, 즉 규범이나 관습, 타인 등에 의해 그저 복종하고 순종하는 모습이다. 불평불만 없이 당연한 듯 의무감으로 메마른 모래밭을 걷는다. 이처럼 낙타와 같은 정신세계를 가지고 인간은 삶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 고통 등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자신의 사막으로 간다.

 

그리고 황량하고 쓸쓸한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를 맞는다. <나는 하고 싶다>라는 정신을 가진 사자의 삶이다. 자신이 스스로 먹잇감을 찾기에 주어진 규범이나 관습 등에 얽매이지 않고 타파하면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기존의 가치를 배척하고 스스로 자유를 창조하면서 의무감 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낙타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세계이다. 그러나, 니체는 사자의 자유는 자유를 위한 자유가 아니라고 한다. 그 옭아매는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 인해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다고 한다.

 

세 번째 어린아이 단계의 내용은 이렇다. “어린아이는 천진난만 그 자체이며, 망각이다.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며, 하나의 유희(遊戲)이다.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이며, 첫 번째 운동이며, 하나의 신성한 긍정이다어린아이는 놀이에 열중하며 그 자체를 즐긴다. 진위와 미추와 선악을 초월하면서 무언가 되려고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환경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마저 받아들이는 순수와 긍정의 마인드로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탐험하며, 창조적인 에너지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우리의 아들딸이 어린아이였을 때의 성장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은 편견도, 체면치레나,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그 어떤 선입견도 없다. 일부러 예뻐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순진무구하다는 것이다. 거짓도 꾸밈도 없이 잘 울고 잘 웃고. 그리고 망각, 즉 잘 잊는다. 방금까지 가지고 놀던 인형도 싫다고 하며 다른 장난감을 달라고 한다. 한마디로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망각은 곧 또 다른 여백에 자기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새로운 출발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러한 어린아이의 특징은 고정관념, 기존의 형식에 얽매이지도 얽매일 줄도 모른다. 그것은 곧 자연스러움이다. 무엇보다 긍정의 특징이라는 측면에 필자는 관심을 둔다. 그 이유는 부정이 아닌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창의력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두에 얘기했듯이 연수 교육받을 때 기억에 남는 한마디 때문이다.

 

그렇다면, 니체가 추구하는 정신적인 삶의 최종 종착지는 세 단계의 변화 중 어느 단계를 얘기하는 것일까. 낙타처럼 전통적인 가치에 기반을 두고서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할 의무감이나 복종이 아닌, 개인적인 삶과 자유를 찾지만 더 이상 창조성이 없이 자신의 한계에 머무는 사자가 아닌, 순진무구함과 긍정의 가치를 창조하며, 우물쭈물하지 않고 머뭇거림 없이 스스로 수레바퀴가 되어 앞으로 굴러가는 어린아이로의 변화가 참된 가치와 인식의 높은 단계로 본 것이었으리라.

 

그것은 진정한 자유를 가진 존재가 바로 어린아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질문하지 않은 삶은 의미 없는 삶이기 때문에.

 

癸卯年이 지났다. 아파트 앞 유치원에서 엄마의 손을 붙잡고 가는 어린아이의 해맑은 몸짓 언어를 본다. 귀가 순해지는 세월을 품고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저 순수와 긍정의 모습, 순수와 긍정의 옷깃 한 자락 잠시 빌려와 실컷 휘두르고서 취하듯 비틀거리다 쓰러져 나도 모르게 잠든 후, 甲辰年의 이른 아침 깨어나 청룡으로 떠오르는 햇귀를 맞이하려 한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

https://www.cosmiannews.com/news/262919

 

[홍영수 칼럼] 니체, 정신의 세 가지 변화 - 코스미안뉴스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회사에 입사하고 연수 교육받을 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강사의 한마디 “negative thinking(부정적 사고)이 아닌 positive thinking(긍정적 사고)의 마인드를 가져라.” 했던

www.cosmia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