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독서의 노를 저어요/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0. 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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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표면은 얕은 호흡으로 잔잔해요

내면의 수심엔 깨어나지 못한 의식이 고요하고요

활자를 실은 낯선 배가 다가와

어제와 다른 풍랑의 그물을 가슴팍에 던져요

언어의 작살은

그물망 속 어둠과 무지의 심장을 꿰뚫고요

단어의 삿대는 파도를 떼미는 상징이 되어

얄따란 생각의 조직망을 밧줄로 얽혀줘요

문장의 뉘누리에 휩쓸린

넋 잃은 생각과 행간의 의미는

물머리를 헤쳐가며 항해를 하고요

마룻줄에 매달린 글자의 닻을 내리면

사유의 파편들이 해저를 자맥질하다 떠올라요

지적 갈망이 이물과 고물에 해일처럼 밀려올 때는

망망대해로 독서의 노를 저어가요

돛을 높이 올리고 해적선의 수부가 되어

활자의 그물에 걸린 사유의 보물들을 노략질하고요

저자와 독자의 두 물굽이에서는

설익은 항해일지에 밑줄그으며

난반사로 비추는 물음표의 빛살을 잡아당겨

의문의 해수면에 느낌표로 적바림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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