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운림산방/홍영수

홍영수 시인(jisrak) 2022. 11. 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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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무에 자오록이 덮인, 첨찰산

그리메에 포근히 안기어

묵향으로 피어난 남화의 탯자리

배롱나무 우듬지에 맺힌

묵신(墨神)의 얼은

연못 물비늘에 나울나울하고

발묵한 연잎 위에

진도아리랑 가락이 번져갈 때

갈필의 붓끝은 비수처럼 번듯번듯하다.

 

대를 이어온 화풍의 맥은

구름 숲속에 맥맥이 흐르고

동다송을 꼴마리에 차고 온 초의와

세한도를 허리춤에 동여맨 추사의 혼이

아슴찮게 들명날명 하는 운림각

이곳에 들어서면

비운 가슴은 화선지가 되고

한 올의 머리카락은 붓이 된다.

 

먹 가는 소리가

사천리 바람살에 뒤울리며

진도의 뼛속에 골수로 맺힐 때

남종화는 회화의 주옥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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