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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 들어서면
달짝지근한 숲 향, 귀 고막을 울리는 새소리에
취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
나를 버리고 숲의 숲이 되어야
비로소 참나로 깨어나게 하는 숲
아홉 굽이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휘어잡고서
바람은 일필휘지로 골짜기를 가르고
명지바람에 다디단 숲 냄새가
발묵 스르륵 나뭇가지로 번질 무렵
이파리 사이로 보인
구름 화선지 가녘으로 항적운이 스민다.
걸음걸음 위에 화두처럼 툭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깨닫지 못한 심연에 물음표가 되어
구새 먹은 얼혼을 깨우고
영육에 슬어놓았던 먼지 알갱이들
시냇물에 씻어 보내며
주렁주렁 매단 산새들의 음표 데려다 놓고
솜털 구름 베개 삼아 실카장 눕는다.
깜박 든 풋잠, 깨어보니
일지암의 다향이
코끝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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