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집 해설

구정혜 시인 유고시집 『하늘이 그러하였을까』

홍영수 시인(jisrak) 2024. 4. 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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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내면의 고백과 삶의 진정성에서 피운 시혼

 

                                           홍영수(시인, 문학평론가)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있다. 문학에서도 그렇다. 시에서 개성은 상상력 방식이나 표현기법, 문체의 표현형식, 어조나 어투 등을 통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기만의 개성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의미 없는 언어에 자기만의 색깔과 특출한 개성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 생전에 두 권의 시집 『아무 일 없는 날』과 『말하지 않아도』을 출간했던 구정혜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이 그러하였을까』」의 원고를 읽었다.

 

시인은 숙고한 시어를 통해서 감성을 고르고 소재에 상념을 통한 자신의 삶을 구상화한다. 너무 수사적 기교에 치우치면 시의 진정성이 미진해지고 문학적 여운이 사라진다. 좋은 시는 조화의 시편들이 모양을 갖출 때 나름 시의 격을 높일 수 있다고 할 때, 구 시인의 시가 그렇다. 투병 중, 무의식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 시편들이 가슴 아린다.

 

산길을

한 시간쯤 걷다 보니

나무 의자 하나

 

별생각 없이 그냥 누웠다.

걷는 동안 따라오던 잡다한

생각들 온데간데없다

 

허공과 하나되어 누운 몸에

하늘과 나무와 숲이

모두 들어온다

 

내가 있는데 내가 없고

만물이 가득한데

만물이 없는 듯

세상과 내가 둘이 아닌

알 수 없는 그 말의 경계를 헤맨다

 

오래전 와불이 누워서 바라본

하늘이 이러하였을까

생각에 생각을 포개고 있다

 

      -「여여(如如)」 전문

 

위의 시는 시제 자체가 이미 불교적이다. ‘여여(如如)’는 분별과 차별이 없는 그대로의 마음 상태와 속되지 않은 마음을 의미한다. 모든 형식이나 격식을 벗어나 궁극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선적 사유를 담은 시이다.

 

화자는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나무 의자에 누웠다가 순간적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은 불교의 핵심 교리라고 할 수 있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3연의 “내가 있는데 내가 없고/만물이 가득한데/만물이 없는 듯”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것들은 순간순간 변하기 때문에 무상(無常)하다. 불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1초 뒤엔 지금의 내가 아니듯, 그리고 “세상과 내가 둘이 아닌/알 수 없는 그 말의 경계를 헤맨다.” 에서는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경지를 얘기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연에서 “오래전 와불이 누워서 바라본/하늘이 이러하였을까”, 와“절도 내 안에 있고/부처도 내 안에 있음을!”(「직지直指-자기를 바로 보며」)에서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세계관을 발견하고 있다. 이처럼 화자는 자연의 일부인 숲과 허공, 나무 의자, 그리고 와불에서 심오한 불교적 세계관을 발견하면서 한 편의 시 자체를 불교의 상징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인이 ‘다큐 3일’에 나올 정도의 불심이 깊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여여(如如)」는 2019년 제3회‘선시(禪詩) 공모전’ 대상 작품이다.

 

무언으로 침묵한 자연의 언어를 어찌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마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상징을 통해 새로운 시적 생명체를 발견한 것이 시인의 책무이다. 시「순례」를 보자.

 

전봇대를 지탱하는

철삿줄을 넝쿨손이 붙잡고

올라가고 있다

 

맨손으로

삼보일배한다

 

     -「순례」 일부

 

화자는 전봇대의 철삿줄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손에 시선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보았을 것이다. 가녀린 넝쿨손의 “맨손으로/삼보일배한다”는 생존 법칙에서 화자가 믿고 추구하는 종교적 구도의 길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보이지 않는 경지를 향해/간절함에 간절함을 더하는/여린 줄기의 소망”이라 했다. 이렇듯 화자는 하나의 이미지를 그저 보고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사상을 불어넣는 철학적 사고의 행위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세속적이고 생물학적인 것보다는 시와 예술, 종교적 신성함을 선호하는 유일한 동물인지도 모른다.

 

사회에 큰돈 내놓지 않아도

부처님 빙그레 웃으신다.

내 마음이 편안하다.

 

     -「말씀 1」 일부

 

‘큰돈’을 공양하지 않아도 ‘부처님’은 웃으시고 마음은 편안하다고 했다. 불교 서적 ‘현우경(賢愚經)’에는 ‘빈자일등(貧者一燈)’, 진정한 공양은 재물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마음에 있다는 가르침을 떠올리게 하는 시구다

 

네 편의 연작시‘말씀’을 보면 각각의 시를 의도적으로 기승전결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자는 자라오면서 “불경이나 성경을/읽지 못하셨지만/한결같이 들려주신 어머니의 말씀”(「말씀 1」),“예수나 부처를/만나본 적 없지만 가끔씩/넌지시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말씀 2」)에서 어머님과 아버지 말씀을 그리고 “남을 존중하고/참고 견디며/먼저 배려하고 /나누고 베풀라는 뜻이라”(「말씀 3」) 등에서의 부모님 말씀이 화자가 살아가는 동안 편안한 마음가짐과 삶의 지향점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비록 부모님이 공맹(孔孟)은 읽지 않으셨더라도 자식을 위해 들려주신 말씀은 곧 선인선과(善因善果)의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또한, 시집 출간 후, 독자들의 좋은 반응에 “기대 이상이예요/울컥, 눈물이 났어요”(「말씀 4」)에서 눈물은 다름 아닌, 그동안 아포리즘으로 새겨들은 부모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이 시 짓기에 도움이 되었음에 눈물이 났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행인 독자의 반응인 “이거, 내 이야기잖아”(「말씀 4」)라며 시를 아퀴짓고 있다. 이 의미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른 삶의 결구이다. 그렇다. 들꽃 한 송이 피우는데 지구를 데우는 그만큼의 열기가 필요하다고 했듯이 화자의 시 한 송이 피우는데도 부모님의 경구와 같은 뜨거운 말씀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달이 떠간다

아주 천천히

 

목적지는 같은데

나침반을 잃은 선장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계속 정박 중이다

 

     - 「여행 2-요양병원」 일부

 

「여행 2-요양병원」의 시는 산기슭에 자리한 요양병원을 크루즈 한 척으로 이미지화해서 투병의 시간을 섬들(환자)이 여행하듯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화자는 요양병원을 크루즈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빗대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죽음을 향해 미리 달려가라”라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황당한 말 같지만, 누구든 다가오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생을 째깍째깍 좀먹고 심장의 구들장 깨지는 소리의 여운을 감지해서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의 가능성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에 투자하라는 의미이다.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을 내 던지는 것이 자기 사랑법이기 때문이다.

 

‘달’이 천천히 떠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목적지는 같은데 /나침반을 잃은 선장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다. 산속에서 요양병원 생활을 했던 시인은 이미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명의 끝에서도 “계속 정박 중이다”라면서 비록 아픔으로 인한 황혼 녘의 그림자는 만장의 노을빛처럼 비창(悲愴)할지라도 자신의 가능성을 찾으며 실존하는 자아와 계속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 스티브 잡스의“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며 낭비하지 마시오” 이 말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파울 첼란은 “반복될 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낸 존재의 경사각 아래에서 시가 만들어진다.” 했다. 화자는 그러한 시간의 경사각에서 갑자기 다가온 크루즈에 탄 하나의 섬이 되어 삶의 허무가 산기슭으로 스며드는 것을 읊조리고 있다.

 

수확보다도 일하는 재미는

도저히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달팽이, 지렁이, 굼벵이가 가끔씩은 나를 놀래키지만

그들이 있기에 내 영혼의 밭도 날로 풍성해진다.

 

     -「일하는 재미」 일부

 

장석주 시인 시 “대추 한 알”을 보면 태풍, 천둥, 무서리, 벼락 등, 고난을 겪은 뒤에 대추 한 알이 익는 것을 알 수 있다. 붉게 물들기까지 고통과 고난의 과정이 없었다면 둥글게 영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화자는 “달팽이, 지렁이, 굼벵이가 가끔씩은 나를 놀래키지만/그들이 있기에 내 영혼의 밭도 날로 풍성해진다.”면서 농작물에 해가 될 수도 있는 벌레 등 있어 밭에서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역설적인 시상을 전개하면서 스스로 위무하며 자신을 숙성하고 있다. 몸의 언어를 아는 자만이 느끼는 패러독스다.

 

온갖 남새와 고추포대 이고

여남재를 걸어서

김천장 보시던 어머니

 

국화빵 하나 입에 넣지 않으면

자식 손에 학비 쥐여주고

한 정거장 차비 아끼면

손자 사탕 하나 사 준다며

길바닥에서 수건 둘러쓰고

기도하듯 웅크리고 있다

 

     -「김천역에 내리면」 일부

 

시인은 모든 소리를 듣고 시로 빚어내듯 어머니의 한 말씀, 말씀은 시인에게는 몇백 편의 시를 쓰게 하는 시어의 저수지다. 만약, 시인에게 매일 마실 수 있는 맑디맑은 상상력의 옹달샘이 있다면, 그것은 어머님이 들려주셨던 청량한 목소리의 자음과 모음이 아닐까. 어머니는 내 바깥에 존재하기에 그리운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리운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시구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기억의 퇴적층인 어린 시절은 시인에게는 부화를 기다리는 알의 시간이다. 시인은 그 알의 기억을 깨트려 시를 부화하기 위해 폐사지처럼 갇힌 층층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옛적 고향의 기차역을 떠올리는 시적 화자는 「김천역에서 내리면」의 4연에서 “저리고 시린 삶 고스란히 안고/나는 괜찮다, 네가 걱정이다던” 데서 어머니의 지난했던 삶에서 사무치는 애잔함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나가던 바람이 그렁그렁 눈물을/소나무 가지마다 걸어두었다.”고 하면서 화자는 어머니를 사시사철 늘 푸른 소나무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나뭇가지에 눈물을 매달아 놓고 있다.

 

또한, 「그녀」에서 “하루 밭일 이만 원 품삯 받아/이천육백 만원 모아서 겨우/사백삼십만 원 병원비로 쓰고 간 그녀”에서 본인의 장례비까지 마련해 놓고 떠난 어머니, 발품 팔아 한 푼 두 푼 절약해 모은 돈으로 자신의 병원비에 보태신 어머니에게서 허기와 궁핍을 감싸 안고서 물질의 풍요가 아닌 빈곤 속 희생정신에서 화자는 삶의 이정표를 발견하고 있다. 그것은 “무심코 본 거울 속에/마치 그녀가 서 있는 것 같은/또 다른 그녀,”(「그녀」_) 에서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화자의 또 다른 자아인 어머니를 보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열흘도 못 버티고 눈을 감고 마는/위안부 소녀야”(「꽃 2」),“지난봄 사월 열엿새 날의/그 기억이/자지러지게 떠오른다”(「세월호」)를 보면 화자는 여자와 어머니로서 느끼는 근대와 작금의 역사 인식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있다. 시대를 아파하지 않으면 시인이 아니라는 듯이.

 

작은 게 한 마리

찰진흙 온몸에 뒤집어쓰고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산다는 것은 구멍을 내는 일

구멍이 있어야 산다

구멍만큼이 자기 세상이다

남들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완벽을 노력했지만

내 마음 뒤집어 보면 곳곳에 구멍투성이다

그곳으로 바람도 들어오고

햇볕도 파고들고

친구도 왔다 가고

더러는 달도 제짝인 듯 넌지시 맞춰보는

 

     - 「구멍」 일부

 

시인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시편들이 있다. 언행일치와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삶의 정신적 소유자였던 구 시인, 깊은 사유를 요구한「구멍」의 시를 보자. “산다는 것은 구멍을 내는 일/구멍만큼이나 자기 세상이다.”에서는 장자의 허실생백(虛室生白)을 떠올린다. 한 줄기 따사로운 햇볕은 비운 만큼의 틈새와 공간을 비추는 법이다. 한편 돌담처럼 구멍이 있기에 태풍에도 넘어지지 않듯이. 그러한 구멍은 4연에서“내 마음 뒤집어 보면 곳곳에 구멍투성이다/그곳으로 바람도 들어오고/햇볕도 파고들고/친구도 왔다 가고/더러는 달도 제짝인 듯 넌지시 맞춰보는” 동양화 여백에 감상자들의 상상력과 생각을 그려 넣듯 화자의 구멍투성이에는 햇볕과 친구들의 드나듦이 그려지고 있다.

 

이렇듯 막힘은 질식을 유발하지만 열림은 타인에게 기쁨이고 충만함이다. 수납 적 태도에서만이 구멍과 틈새와 공간이 생긴다. 화자는 갯벌의 게들이 뚫어놓은 구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 같은 놀라운 시적 발상은 시인의 세심한 관찰과 깊은 사유 없이는 발견할 수 없는 철학적 사고의 발현이다.

 

시인은 투병 중 가끔 집과 병원을 오가면서 커다란 시련과 아픔을 겪는 시인의 절절한 심정을 다음의 시에서 볼 수 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는다

한때나마 따뜻했던 그의 가슴속 같아서

나름 편하게 자세를 취해본다.

 

멀거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창틀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다.

 

좀체로 울지 않을 것 같던 그이가

양어깨 크게 흔들리더니, 덜커덩

소리내어 운다.

 

싸늘한 뺨 같은 유리창에

주체 못 할 눈물이 마구잡이로 흘러내린다.

 

가장 작은 몸집으로 웅크리고 있는 내가

너에게 그렇게도 큰 상처였는지

적막만을 가득 싣고 빗속을 달리는 버스

힘겨워한다.

 

     -「슬픔 안에서」 전문

 

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의 투병 생활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인 아픈 심사를 선입견 없이도 전개되는 시상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1연의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는다/한때나마 따뜻했던 그의 가슴속 같아서/나름 편하게 자세를 취해본다.”에서 작은 가슴이 아닌 커다란 버스의 ‘가슴’은 다름 아닌 마음씨 넓은 남편의 은유이다. 그 이유는 남다른 남편 사랑 때문이다. 이처럼 형상화는 사유나 관념을 날것으로 진술하는 게 아니라 그 관념을 환기할 수 있는 사물을 빌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넓고 믿음직스러운 남편의 가슴임을 알 수 있다. 화자의 솔직함과 고백적 심경의 토로이면서 사변적, 관념적 진술이 아닌 현실적 감정을 시적 언어라는 기호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완쾌되지 않는 화자의 상처는 아직도 어둠이다. 그 어둠의 상처를 안은 버스가 힘겨워함에 “좀체로 울지 않을 것 같던 그이가/양어깨 크게 흔들리더니, 덜커덩/소리 내어 운다.”에서 소리 내어 우는 ‘울음’의 청각적 심상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가장 작은 몸집으로 웅크리고 있는 내가 그렇게도 큰 상처였는지”라며 자신의 아픔을 다소 자조적인 비탄조로 읊으면서도 빗속을 힘겹게 달리는 남편에게 미안함과 함께 말 못 할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

 

달리는 버스의 유리창에 싸늘하고 차가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슬픈 듯, 애잔한 듯한 화자의 체온과 숨결이 느껴지는 비가(悲歌)의 곡조를 듣는 것만으로도 화자의 슬프고 가슴 아픈 심정을 읽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구 시인은 별다른 수식어나 상징, 지나친 설명과 묘사 없이도 체험에 바탕을 둔 보편적 정서와 소박한 삶의 원리를 통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화자는 목으로 하는 통곡보다 슬픈 곡조를 삼켜 붓으로 토해내면서 창작하고 있다. 슬픈 이별 한 방울 마시면서 내면 깊숙이 숨겨둔 열정의 반음계를 들려주고 있는 유고 시집『하늘이 그러하였을까』 은 시인의 혼의 분출이고 열정의 폭발이기에 훗승에서도 시인의 펜은 절대로 마르지 않고 가뭄에 타지 않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는 ‘죽음은 삶의 대극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해 있다“ 고 한다. 삶이란 죽음을 키워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생을 완성한 자의 긴 침묵은 차라리 맑고 밝은 쓸쓸함이랄까? 지금은 고인이 된 구정혜 시인은 함께 활동했던 문우들의 가슴 속에 지금도 살아서 존재하고 있다.

 

2년 전 오랜 투병 생활을 끝내고 먼 길을 떠난 구 시인과는 ‘박수호 시창작 교실’의 15년 된 이문회우(以文會友)였고‘지음(知音)’의 시우였다. 다시금 생각 속 생각을 하며, 부디 차가운 북쪽도, 해 지는 서쪽도 없는 그곳에서는 생일날 고봉의 쌀밥 같은 ‘시밥’으로 시혼을 불태우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2010년 10월 23일 ‘다큐 3일’‘부천 석왕사 편’에서 시인이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영전에 바친다.

 

“평범한 행복을 달라고 저는 언제나 기도합니다.

평범하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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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출처: https://jisrak.tistory.com/262 [멍때린 생각에 따귀를 때려라:티스토리]

세 번째, 유고시집 <하늘이 그러하였을까> 표지 2024/04/17

https://m.blog.naver.com/kfbmoon/223421978535

 

구정혜 유고시집『하늘이 그러하였을까』(시산맥사) 발간 소식

간절 연꽃 그냥 피지는 않는다 봉오리를 보라 얼마나 지순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세상일 허투루 해서 무엇...

blog.naver.com

 

https://www.youtube.com/watch?v=R71uTvxF4nw

2015년 8월 23일 첫 시집 <아무일 없는 날> 출판 기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