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평론 32

시샘달 / 임동석

https://m.kyilbo.com/335859 시샘달" data-og-description="더디게 날아본다, 먹이밖에 모르던 새                             몽당발톱 부르쥐고 무딘 죽지 펄럭이면                            왜바람 후리던 깃은 착지를 벗어나고   고요를 펼" data-og-host="m.kyilbo.com" data-og-source-url="https://m.kyilbo.com/335859" data-og-url="https://m.kyilbo.com/335859" data-og-image="https://scrap.kakaocdn.net/dn/b7un7Y/hyWzCU96RF/Ky6sIrhkk1QDoMvrA7lM01/img.png?width..

나의 시 평론 2024.07.12

태안 연가戀歌·4-신두리/박경순

신두리* 사막 너머에는나만 아는 바다가 있다 떠나고 싶어도차마 떠날 수 없는 바다가아버지처럼 기다리고 있다. 매일 뜨거운 태양을만나야 하는 당신은아직도 낙타도 없이떠날 채비만 한다 바람 불 적마다용케도 나보다 먼저 내 마음을읽은 당신은내가 좋아하는 그림만 그린다 바람의 땅,그 어디서다시 돌아올지 모르는바다그 바다, 그 바다 위에또 다른 바다를 그린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위치한 砂丘 시집 그 바다에 가면>, 리토피아, 2019. ------------------------------------------태안반도의 신두리, 거기엔 해수욕장과 이어져 있는 ‘사구(砂丘)’가 있다. 조류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밀물 등에 의해 올라온 모래펄을 강한 계절풍의 바닷바람 작용으로 인해 형성된 모래언덕(砂丘)은 빙하..

나의 시 평론 2024.06.25

여여(如如) / 구정혜

내면의 고백과 삶의 진정성에서 피운 시혼                                                                                                                                                  홍영수(시인, 문학평론가)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있다. 문학에서도 그렇다. 시에서 개성은 상상력 방식이나 표현기법, 문체의 표현형식, 어조나 어투 등을 통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기만의 개성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의미 없는 언어에 자기만의 색깔과 특출한 개성으로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 생전에 두 권의 시집 『아무 ..

나의 시 평론 2024.06.14

하늘 다리 -중증 치매 요양원에서/박혜숙

한 걸음씩 다리를 절룩이며 하늘로 이어지는 빛의 다리를 놓고 있다 내 입김을 불어 넣은 그림자 가느다란 숨소리 따뜻하다 모든 것을 내어 준다는 건 또 하나의 빛이 아닐까 너풀거리며 길 한가운데서 춤추는 당신 춤사위 아무 거리낌 없이 나를 실어 본다는 건 행인의 눈초리에 마음의 다리 뚝 끊긴다 아무것도 몰라 부끄러울 것 없는 삶은 없는가 마음이 엇갈리는 길목에서 서성거리던 적은 없는가 하늘로 가는 마지막 다리 끝에 주저앉아 눈꺼풀이 내려 감긴 당신을 만진다, 쓰다듬는다 내 등을 밟혀 당신을 하늘에 올리고 싶다. 시집 「바람의 뼈」, 기픈구지, 2009. ---------------------------- 절간의 山門 앞에 서면 한 발짝 너머가 聖이고 한 발짝 이전은 俗이다. 어쩜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도 산..

나의 시 평론 2023.12.06

천년 향기-월정사 전나무 숲길 / 강수경

온 우주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듯한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 일주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산도産道를 뚫고 태어난 것인지 한 알 씨앗이 된 것인지 수행자의 상아詳雅한 비질이 품은 숨결 맨발로 전해져 오는 다지고 다져진 연한 흙의 기운 살과 살이 맞닿는 부드럽고 상쾌한 몸살 하늘 향해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 숲을 침묵 수행자 되어 걷노라면 온몸에 푸른 물이 들어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된다 금강교 밑으로 흐르는 우통수 계곡물 소리 넉넉히 품는 사람 되라는 설법처럼 들리고 아리도록 차가운 물에 세족洗足하고 숲길을 돌아 일주문에 닿으면 순풍, 천년 향기로 세상에 던져진다 *계간 미래시학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 회원 ------------- 필자는 사찰 답사를 자주 하곤 하는데, 어느 해 ..

나의 시 평론 2023.11.28

인간관계론 / 박수호

반추(反芻)의 시학 필자는 농부의 아들이었다. 당시 소는 대학 등록금이었으며 농사 밑천이었다. 논밭 갈이 온종일 하고 돌아온 소에게 소죽을 끓여 주면 다 먹고 난 뒤 가만히 앉아 되새김한다. 그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소의 주식은 다양한 풀이다. 일과를 끝내고 난 뒤 위 속에 저장된 풀의 종류를 하나하나 되새김질하며 풀 맛, 즉 의미를 곱씹고 소화 시키는 모습이 선정에 든 큰 선승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박수호 시인의 연작시‘인간관계론’을 ‘반추(反芻)의 시학’이라 하고 싶다. 왜냐면 눈으로는 쉽게 읽히지만, 눈을 떼는 순간 눈을 감게 만들어 내가 뭘 봤지? 하며 사색에 잠기게 한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의문부호에도 물음표가 붙으며 시작이 있되 마침표가 없다. 그러므로 또..

나의 시 평론 2023.11.24

동짓달 기나긴 밤에 /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기다림은 행복을 찾는 순간일까, 누굴 저리도 애타게 기다릴까. 사박사박 눈을 밟으며 임이 오지 않을까? 성엣장 같은 차가운,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밤은 깊어 가는데∙∙∙… 송도삼절의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황진이, 밤중에 가슴에서 부화한 그리움 한 줌 안겨준 그이는 하룻밤 풋사랑 아님, 정주고 떠난 풍류객의 사대부는 아니었을까? 행여 그 임이 언제 올지 몰라 기나긴 밤의 시간을 한 토막 잘라낸다니, 얼마나 겨울밤 동치미 같은 맛 난 표현인가.   그 시간을 봄바람 같은 따스한 이불 아래 넣어두었다가 사랑하는 임이 오거든 펴 드린다니, 이토록 으늑한 정성, 장작불에 달궈진 사랑방 구들장인들 이..

나의 시 평론 2023.11.17

訪曹處士山居(방조처사산거)- 박순(1523~1589)

醉睡仙家覺後疑 (취수선가각후의) 취해 자던 신선 집 깨어보니 의아하다 白雲平壑月沈時 (백운평학월침시) 흰 구름은 골 가득 메우고 달이 지는 새벽녘 翛然獨出脩林外 (소연독출수임외) 주인 몰래 혼자 나와 긴 숲길 벗어나니 石逕筇音宿鳥知 (석경공음숙조지) 돌길에 지팡이 소리 자던 새에게 들켰네. 술 취한 후 희미하게 눈을 뜨니 너붓한 반석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으늑한 장면, 좋은 벗과 주거니 받거니, 달무리로 주안상 차리고, 솔잎 향 몇 방울 술잔에 떨어뜨리며 명지바람에 실려 온 실솔(蟋蟀) 울음소리로 세속의 찌든 귀 헹구면서, 맴도는 흰 달빛도 초대한 깔축없는 분위기에 실컷 마시고 쓰러졌다. 깨어보니 널부러져 있는 술상 앞에 주인은 쓰러져 코를 골고 주변을 살펴보니 골을 메운 흰 구름 雲海를 이뤘다. 밤새..

나의 시 평론 2023.11.16

내가 머무는 세상/정현우

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누군가 따라 걷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 발끝만 바라보며 상념 가득한 모습이 참으로 나를 닮아있습니다. 양지쪽 흰 눈은 파르라니 몸을 녹이고 애써 바라본 하늘은 삼킬 듯 나의 몸을 파랗게 물들여 갑니다 함께 걷던 그도 간데없고 나도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려니 어디로 얼마만큼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녹으면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곳 파란 하늘과 또 다른 내가 있는, 내가 멈춰 서 있는 이곳이 내가 돌아갈 곳이고 또 나아갈 곳이라는 것을 못내 인정해야만 할 듯싶습니다. 가슴 가득 들이마셨던 맑은 공기는 가슴에서 입술로 입술에서 눈으로 전해져 맑고 따듯한 세상을 바라볼 수도, 말할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머무는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이니까요 시집 『..

나의 시 평론 2023.05.18

꽃이 몸을 벗는다 -홍랑묘를 찾아서/김양숙

젖은 마당이 길을 막는다 발이 빠지고 땅이 깊이 패이고 마침내 왔구나 청석골* 좁은 골목 안 창백한 도라지꽃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펄럭인다 “묏버들 갈혀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단 한 번으로 건너버린 이승 함관령***과 詩 사이에서 시간이 명료해지고 왈칵 쥐었다 풀어지는 빗줄기가 잔가시를 쏟아낸다 순도 높은 눈물이 몸 밖으로 흐른다 손톱 끝 발바닥까지 뜨겁게 지져대던 그 여름 내 몸 어디쯤으로 건너오는지 혀 아래 삼키지 못한 말이 펄펄 끓는다 몸 안에 칼금 긋고 제단 위로 눕거나 용암으로 넘쳐나거나 펄펄 끓어오르는 꽃이 몸을 벗는다. *파주 교하면 다율리 소재 **“묏버들 갈려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홍랑의 시 ***홍랑이 최경창과 헤어진 곳 시집 『지금 뼈를 세우는 중이다』, 시와산문사, 2..

나의 시 평론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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