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눈앞에 나타난 현상, 그 자연의 현상인 풍광은 상념에 사로잡히게 한다. 내가 바라보기 때문에 풍경이 다가오는 게 아니라 낯선 자의 시선과 발걸음에 풍경이 스스로 다가와 자신에 대한 모든 것들을 나에게 전해주는 느낌이다. 얼마 전 강원도 양양지방의 폐사지 두 곳을 답사했다. 바라던 대로 두 곳 모두 답사객, 여행객 한 명 없어서 좋았고, 필자 또한 혼자여서 더욱 좋았다. 텅 비어서 휑한 느낌마저 들고, 오히려 스산한 듯한 분위기에 서 있는 석탑과 흩어진 와편들에 감정을 이입해 교감하면서 천 년의 숨소리와 전혀 녹슬지 않고 어눌하지도 않은 그들만의 언어로 무언의 소통을 할 수 있었다. 천 년 전의 시간의 품으로 들어갔다. 기억의 사원, 지금은 폐사지로 잠든 시간의 땅이다. 난 그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