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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여!/ 홍영수/ 낭송 상선영

사랑하는 이여 / 홍영수 사랑하는 이여! 오늘도 당신의 생각 속에서 따스한 영혼을 느낍니다. 내 삶은 늘 보고 싶음이요 기다림입니다. 당신이 곁에 없어도 당신으로 흘러넘치고 내 안에서 당신을, 당신 안에서 나를 발견합니다. 한 잔의 사랑을 마시고 싶어서 빈 잔의 가슴이 되고 그리움에 흘린 눈물자리는 보금자리가 됩니다. 사랑하는 이여! 불타오르는 나의 기쁨은 당신과의 눈맞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름 석 자는 지문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고 그림자마저도 심장을 뛰게 합니다. 당신의 모든 것은 눈동자에 담겨 있고 눈망울에 맺힌 사랑은 별빛처럼 반짝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눈빛으로 당기면 고즈넉이 다가와 맞잡아 준 두 손 부디 붙잡은 손길 거두지 마시고 당신의 품 안에 고이고이 머물게 해주세요. 슬픈 그림자는 내가..

홍영수 시인의 문학 강연 /멍 때린 생각에 따귀를 때려라

눈으로 듣고 귀로 보다. 이곳저곳 담장을 타고 빨갛게 장미송이가 피어 향기를 발하는 6월에 시심을 돋워 문향을 담아 한 묶음의 장미다발 같은 문학강연이 열렸다. 2021년 6월 12일 2시 심곡본동 문화대장간에서 홍영수 시인의 ‘관찰’을 주제로 한 ‘멍때린 생각에 따귀를 때려라’라는 타이틀의 강연이다. 홍영수 시인 홍영수 시인은 해남 출신으로 명지대학 영문과 졸업하고 방송대 국문과 졸업하였다. 월간 모던포엠으로 등단하여 시집 ‘흔적의 꽃(2017)'을 상재한 바 있다. ‘생각의 힘줄 키우기는 관찰과 관심이다. 그것은 수동적인 보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관찰이다. 관찰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시작한 유연한 강의는 초반부터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본다’ ‘시는 팩트(fact)가 ..

나의 雜論直說 2023.05.25

챗GPT, 생각을 생각할 줄 아는.

최근에 대중매체의 화젯거리는 단연 그 열풍이 심상치 않은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OpenAI)가 개발한 ‘챗GPT(ChatGPT)가 아닌가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는 인터넷의 공개된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기계적 학습을 통한 사전에 잘 프로그래밍 된 생성기를 말한다. 챗GPT는 질문을 입력하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텍스트로 곧바로 응답한다. 이러한 전문 대화 형식의 인공지능 구조이기에‘챗(chat)’이 붙는다. 그래서일까, 챗GPT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연설문이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자료, 주식 종목 추천 그리고 음식 요리의 레시피까지 개인의 신상정보를 제외하고는 모든 질문에 문장으로 답을 하고 있다. 이렇듯 만능 인공지능의 활용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빠른 발전으..

우린 깡통이지 / 홍영수

난, 누굴 원망하지 않지. 꽉 닫힌 뚜껑이 열렸지. 첫 경험이었어. 너의 갈증을 위해 찢어지는 아픔은 참았지. 톡 쏘는 나의 언어에 탁한 너의 목이 확 트이더라. 손으로 매만지면서 힘껏 들이키더니 두말없이 팽개치더군. 누군가는 나를 찌그러뜨리며 가녀린 몸피에 쓰인 이력을 읽더군. 너 또한, 누군가 너의 입사의 지문을 읽을 거야 힘듦과 아픔에 덧실린 희망 같은 절망, 환한 어둠의 경력 말이야. 손, 발길에 차여 버려진 내 모습처럼 너 또한 알 수 없는 검은 손에 잘렸지 버려졌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우린, 함께 잘리고 뒹굴면서도 당당했지. 회사 정문 담벼락 틈새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지는 꽃잎이 널 기다리다 잊혀가듯이 떨구어진 꽃잎처럼 나 또한 밟히며 잊혀가겠지. 우린 그렇게 찌그러지고 잘리며 잊혀가는 ..

나의 시 2023.05.20

내가 머무는 세상/정현우

길을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누군가 따라 걷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 발끝만 바라보며 상념 가득한 모습이 참으로 나를 닮아있습니다. 양지쪽 흰 눈은 파르라니 몸을 녹이고 애써 바라본 하늘은 삼킬 듯 나의 몸을 파랗게 물들여 갑니다 함께 걷던 그도 간데없고 나도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려니 어디로 얼마만큼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녹으면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곳 파란 하늘과 또 다른 내가 있는, 내가 멈춰 서 있는 이곳이 내가 돌아갈 곳이고 또 나아갈 곳이라는 것을 못내 인정해야만 할 듯싶습니다. 가슴 가득 들이마셨던 맑은 공기는 가슴에서 입술로 입술에서 눈으로 전해져 맑고 따듯한 세상을 바라볼 수도, 말할 수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머무는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이니까요 시집 『..

나의 시 평론 2023.05.18

망월동 묘역에서 / 홍영수

이곳에 와서는 사무치는 가슴 없이 걸음을 뗄 수 없고 눈동자 굴릴 수 없습니다. 우러러봄과 경건한 마음으로 5월의 함성을 들을 수 있는 곳 혈관에 흐르는 열정과 충정은 자유와 민주의 두 글자가 되어 나의 심장을 후비며 영혼을 채찍질합니다. 5.18 민주화의 역사를 온몸에 안고 적멸의 끝에 생을 옮겨 놓은 돌올한 오월의 넋과 주검 앞에 열사의 정신 한 올 한 올 주워 모아 구새 먹은 제 얼혼을 채우려 합니다. 한 줌 땅보탬이 된 열사의 가르침은 돌아서는 발걸음에 화두로 박히며 귓전에 맥놀이 되어 우렁우렁 울립니다. ------------------------------------------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

나의 시 2023.05.14

물음느낌표 Interrobang, 창조와 상상력의 원동력

2002년도 나의 비망록 표지에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질문-탐구(탐색)-해답(質問-探究(探索)-解答), 의문-관찰(관심)-발견(疑問-觀察(關心)-發見). 이 말은 평소 독서를 하거나 상념에 잡혀 있을 때, 또는 무념무상. 멍 때리고 있을 때 등, 그때 그 순간에 떠오르는 것을 수사차록(隨思箚錄法) 하거나, 묘계질서(妙契疾書) 해 제본해 놓은 것이다. 벌써 몇 권째이다.  우린 학교 다닐 때부터 선생님께 왠지 질문하는 것에 머뭇거렸다. 그래서 오직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받아 적고 외우면서 선다형의 시험공부에 열중했다. 깨달음을 부르는 호기심이 없어져 파편화된 지식만 습득한다. 사실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많이 받게 된 이유가 질문하는 습관을 가정에서부터 길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도 제주..

꽃이 몸을 벗는다 -홍랑묘를 찾아서/김양숙

젖은 마당이 길을 막는다 발이 빠지고 땅이 깊이 패이고 마침내 왔구나 청석골* 좁은 골목 안 창백한 도라지꽃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펄럭인다 “묏버들 갈혀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단 한 번으로 건너버린 이승 함관령***과 詩 사이에서 시간이 명료해지고 왈칵 쥐었다 풀어지는 빗줄기가 잔가시를 쏟아낸다 순도 높은 눈물이 몸 밖으로 흐른다 손톱 끝 발바닥까지 뜨겁게 지져대던 그 여름 내 몸 어디쯤으로 건너오는지 혀 아래 삼키지 못한 말이 펄펄 끓는다 몸 안에 칼금 긋고 제단 위로 눕거나 용암으로 넘쳐나거나 펄펄 끓어오르는 꽃이 몸을 벗는다. *파주 교하면 다율리 소재 **“묏버들 갈려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 홍랑의 시 ***홍랑이 최경창과 헤어진 곳 시집 『지금 뼈를 세우는 중이다』, 시와산문사, 2..

나의 시 평론 2023.05.12

성심(成心)을 해체하고 허심(虛心)으로 돌아가자./홍영수

장자의 의식은 성심(成心)과 허심(虛心)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관계든, 유대에 의한 것이든 고정되고 불변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것을 고정적 실체가 있는 시각으로 대상화하는, 무의식적 모방인 미러링(mirroring)의 행위가 성심(成心)이라면, 이 성심을 해체하는 것이 바로 허심(虛心)이다. 붓다도 장자와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다. 제법무아(諸法無我), 제행무상(諸行無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無는 有를 전제로 하는 사상이다. 말 그대로 空은 대상이 없는 사상이고 선악(善惡), 미추(美醜), 시비(是非) 등의 이분법적인 가치를 벗어난 사고이다. 하나인 것을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잘못된 사고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붓다와 장자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성심(成..

울림을 향해서 / 홍영수

그곳엔 울림이 있다 출발지점에 몇 갈래 길, 현미경 들여다보듯 익숙함에 젖은 길이다. 그 길을 벗어나 걷고 걸으면 이내 길은 끊기고 발길은 새로운 길을 내며 걸어야 한다. 그 길은 낯설고 두렵다. 일상의 시선과 후각은 허락되지 않는다. 길은 똑바로 걸을 수 없다. 한 고지 올라선다. 너덜지대의 돌은 날을 세우고 초목은 몸을 낮춘다. 새들은 죽지를 접고 고도를 낮추며 물은 흰 구름을 안고 굽이대로 흐른다. 암벽만큼 가파른 숨소리 앞에 얼핏 다가선 노루막이. 출발 때의 시야가 깜짝 놀란다. 천 만근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고 가까워진 하늘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는다. 뒤돌아 지나온 길을 뒤 돌아본다. 울림은 오르는 자의 발걸음 소리만큼 울릴 뿐 울림을 위해 울지는 않는다. ------------------..

나의 시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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